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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4일 화섬·직물업계 대표들이 서울에서 相生을
도모하는 회의를 연다. 이날 회의는 최근 PET직물 수
출과 관련 양업계간 공조·협력사항 확인이 이슈화할
것으로 보인다. 수급업계가 본격 수출시즌을 맞고서도
불안한 출발을 보이고 있는 PET직물 수출에 대한 염
려를 교감했다는 반증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화섬·직물 수급업계가 머리를 맞
대고 직물수출의 걸림돌을 제거해 나가자고 공감대를
형성한 고무적인 현상 때문이다. 바닥세인 수출가격이
나 주요시장의 침체 등 PET직물 수출을 가로막는 장
애요인이 산적한 시점서 수급업계가 힘을 모아 돌파구
모색에 나선 것은 한마디로 유례없는 일이다.
그만큼 PET직물 수출의 중요성을 양업계가 인식했다
는 의미로 여겨진다. 단지 아쉽다면 이같은 회의를 왜
좀더 일찍 갖지 못했느냐는 당위론적인 측면이다.
직물류 수출을 견인하는 PET직물은 95·96·97년 3년
연속 연간 40억 달러 이상 수출을 기록한 섬유수출 간
판품목이다. 간판품목답게 생산업체나 수출전문 트레이
딩업체도 줄잡아 3,000여 업체로 추정될만큼 운집해 있
다.
지천이 모여 큰 강을 이루듯 외화벌이에 앞장서는 개
미군단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多多益善의 의미다. 그러나 작금 국내 직물업계를 보면
많은 것이 좋다는 의미는 설땅을 잃고 있다. 오히려 생
산업체나 트레이딩 업체가 많다보니 過猶不及 현상만
판친다.
PET직물업계의 당면과제인 수출가 회복도 과잉공급
때문에 한계를 맞고 있다. 지난 2월 일부 업체들을 중
심으로 수출가 회복은 반짝 이루어졌으나 더 이상 추가
인상은 요원하기만 하다. 바이어들의 저항이 거센것도
이유지만 국내 공급물량이 많다는 것은 더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3월 중순 현재 대부분 PET직물업체들은 바이어에게
가격오퍼를 않고 있는 실정이다. 주시장의 경기침체를
이유로 내세우고 있으나 바이어들의 농간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뜻도 담고 있다. 단적으로 3월 오퍼가격이 2
월보다 못한 것을 암시하고 자칫하면 언페이드를 당하
는 불상사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PET직물업계는 바짝 얼어붙고 있다. 현 상황에서
수출할수록 적자만 쌓이니 수출할 엄두를 못낸다고 할
수 밖에 없다. 매년 3월은 직물업계가 PET직물 수출열
기로 뜨거워 진다. 예년 같으면 3월부터 불붙은 수출열
기는 상반기를 한껏 달구고 하반기 다음 시즌을 겨냥한
충전재 역할을 했다. 한마디로 3월부터 시작되는 PET
직물 수출은 받아논 잔치날이었다.
이같은 춘삼월 열기가 95년을 고비로 차츰 사그러들고
있다. 특히 올해는 과잉공급에다 주시장의 환란이 겹치
는 內憂外患을 겪으면서 PET직물 수출이 사상최악 상
황을 보이고 있다. 중국·홍콩은 아예 빗장을 걸었고
중동시장은 러시아·폴란드 등 동구권 국가들의 환란으
로 PET직물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또 중남미 시장도
브라질을 비롯한 주요 수입국들이 환란으로 非夢似夢
상태다.
이렇다보니 직물업계 홀로 탈출구를 모색하려고 해도
앞이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이참에 수급업계가 PET직
물 수출 걸림돌 제거를 위해 머리를 맞댄다고 한다. 이
는 그동안 공조나 협력에 큰 의미를 부여치 않았던 양
업계가 발상의 전환을 보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사실 수급관계는 경쟁관계가 아니다. 공급자는 항상 수
요자의 욕구를 채워주는 서비스 개념이 확고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화섬·직물의 수급관계는 그렇지가 못했
다. 공급자가 항상 상위의 개념에 서서 수요업계를 핍
박해왔기 때문이다.
솔직히 아직도 공급자의 생각은 이 범주를 못벗고 있
다. 최근 PEF 가격회복과 관련 이를 거부하는 수요업
체에 대해 공급량을 조절하겠다는 엄포가 대단했다. 힘
없는 수요업체는 울며겨자 먹기식으로 당할 수 밖에 없
었지만 실력있는 수요업체는 오히려 국내구입을 중단하
고 수입으로 대체하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는 공급업
계가 힘의 논리를 앞세워 수요업계를 지배하려고 하는
한 공조와 협력은 공염불임을 보여준 단적인 예다.
공급업계와 수요업계가 머리를 맞댄다는 것은 큰 의미
를 갖는다. 수요업체가 나자빠지는 판에 공급업체인들
온전할 수 있겠느냐는 의식 때문만은 결코 아니라고 본
다. 공급업계가 수요업계를 마냥 지배하려는 힘의 논리
를 배제하는 것이고 相生을 도모하는 파트너로 인정한
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만큼 공급업계는 수요업계가
중요하다는 당위성을 파악한 이유로 여겨진다.
화섬·직물 수급업계의 모임은 빈번할수록 좋다. 특히
올들어 일어나고 있는 수급업계간의 협력은 양업계의
생존적인 차원은 물론 국가의 이익과도 직결한다는 점
에서 적극 모색되어야 하는 과제다.
晩時之歎의 감은 없지 않으나 수급업계가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