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지속가능 패션 이니셔티브(8) 무역전쟁의 필수 키워드, ESG경영과 데이터 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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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이슈가 우리나라 섬유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우리나라 섬유업체들은 업스트림부터 다운스트림까지 모두 국내시장보다는 해외시장을 향해 있기에 글로벌 공급망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최근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변화의 핵심키워드는 ESG이다. 그래서 최근 글로벌 바이어들은 ESG 준수와 관련된 부속합의서, 확약서 등 영문으로 된 서류를 번역본도 없이 제시하고 있으며, ESG경영 관련 정보와 ESG 관련 국제인증 취득을 우리 섬유업체들에게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ESG경영을 전면에 내세운 법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2022년부터 신장위구르 강제노동 금지법을 시행하고 있고, 독일은 2023년부터 근로자 3000명 이상인 기업, 올해부터는 1000명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 공급망 ESG 실사를 의무화하는 법을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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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또한 올 3월 EU 역내 경제활동을 하는 기업들의 공급망 내 인권, 환경 실사를 의무화하는 공급망실사지침(CSDDD)를 승인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 EU는 섬유업계를 타겟으로 하여 전략(EU strategy for sustainable and circular Textiles)을 공표하면서 2030년까지 EU내 섬유업 생태계를 지속가능하고 순환가능하게 만들겠다고 선포했다.    국제적인 기업공시기준도 기후, 인권 측면에서 스코프3(scope3), 즉 공급망을 아우르는 정보를 공시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당장 우리나라 금융당국은 조만간 우리 기업들로 하여금 scope3, 즉 공급망을 아우르는 기후정보를 공시하도록 하는 공시기준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ESG는 이제는 더 이상 거창하고 추상적인 아젠더가 아니다. 기업의 생존방식이며, 나아가 글로벌 공급망 내 무역전쟁의 키워드이다. 적응하는 기업은 성장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나 망설이거나 대응타이밍을 놓치는 기업들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다시 우리나라 섬유업계로 돌아와보자. 글로벌 공급망에 놓인 우리 기업들은 대부분 중견 내지 중소기업들이다. 하루하루 바뀌는 환율대응, 납기준수, 품질관리, 컴플레인 대응에 분주한 우리 섬유기업들에게 ESG는 아직 멀어 보이는,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이슈이다. 다만, 글로벌 바이어들이 계속 요구해오는 것이 있다. 다름 아닌 ‘ESG 관련 정보’를 제공해달라는 것이다. 

그런데 ‘ESG 정보’를 제공하기에 앞서 우리 기업들에게 고민되는 부분이 있다. 
첫째 정보제공의 기준이 과연 무엇인지, 둘째 제공된 정보를 누가 보관, 관리하는지 여부이다. 
만약 부실 또는 허위 정보를 제공한다면, 향후 분쟁이 생길 가능성이 높고 자칫 기업의 생존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제공된 정보가 글로벌 바이어들에게 넘어갔는데, 그 데이터 중에 영업비밀이 포함되어 있다면, 자칫 데이터가 무단 유출되거나 악용된다면, 이 역시 우리 기업들에게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ESG경영 실천도 중요하지만 ESG정보관리가 중요해지고 있는 이유이다.

한편, 글로벌 공급망 내 ESG 정보 관리를 주도하기 위한 국가 간 경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독일은 실시간으로 제품에 사용하는 부품과 제조과정 정보를 담은 공급망 정보관리 플랫폼인 ‘카테나-X(Catena-X)’를 구축하였고, 일본도 자체적인 공급망 ESG 정보관리 플랫폼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우리 섬유업계의 데이터 주권을 지키기 위해서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이정준 박사(LS산전 기술고문)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주목하면서 “우리 중소기업들의 데이터를 보호하고 데이터 주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의 플랫폼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우리 섬유업계는 데이터 주권을 빼앗기고 바이어들이 요구하는 변화에 일방적으로 끌려갈 수밖에 없다. 지금부터라도 섬유업계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고 힘을 합쳐 변화에 대응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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