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이크 하시나 전 방글라데시 전 총리가 지난 5일 사임하고 인도로 도피했다. 독립유공자 자녀 공직 할당제에 반발한 반정부 시위가 격화됐기 때문이다. 7월 중순 이후 사망자 수가 약 350명에 달하는 정치적 혼란 속에 방글라데시의 의류 공장은 무기한 폐쇄되었다.
방글라데시는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의류 제조국으로 2023년 384억 달러 상당의 의류를 수출했다. 방글라데시 의류 제조 및 수출 협회(BGMEA)에 따르면 기성복 산업은 이 나라의 총 수출액의 83%를 차지한다. 이번 사태가 방글라데시 의류산업에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입히고 글로벌 패션기업 공급망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방글라데시 비즈니스 포스트는 “많은 글로벌 구매업체가 주문을 취소하거나 보상을 요구했다”며 “일부는 일반적인 해상 운송 대신 항공 운송을 고집하고 있으며 공장 폐쇄로 생산이 중단되어 손실이 심화되었다”고 보고했다. 선적지연과 주문 불이행 사태가 점점 늘어나며 글로벌 패션 브랜드와 리테일러는 조달 전략을 재고해야 하는 상황이다.
스웨덴 패스트패션 브랜드 H&M은 방글라데시에 위치한 약 1000개의 공장에서 의류를 공급받는다. 인디텍스가 보유한 스페인 패스트패션 브랜드 자라 역시 방글라데시에 주요 제조 클러스터를 보유하고 있다. 유니클로를 보유한 일본기업 패스트 리테일링 역시 방글라데시의 약 29개의 공장에서 의류를 공급받는다. 미국 패션기업 VFCorp와 리바이스는 각각 방글라데시에 49개와 33개의 자사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방글라데시의 정치적 위기는 글로벌 의류 생산 구조를 변화시킬 수도 있다. 업계 분석가들은 패션기업들의 글로벌 공급망 다각화가 가속화될 것이며 이는 베트남, 인도,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 다른 의류 생산 국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패션산업 공급망 다각화는 수백만 명에 달하는 방글라데시의 의류제조 노동자의 일자리 손실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한편 지난 7일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무함마드 유누스가 과도정부 수장을 맡아 방글라데시의 혼란정국을 이끌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