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계절·기능·문화 등 패션 구분 짓던 모든 경계 모호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트렌드…생로랑·펜디·디올·앤더슨벨 등
성별 이분법에서 벗어나 성 정체성을 스펙트럼으로 보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패션에서도 성별 구분을 없애는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남녀 겸용을 뜻하는 유니섹스는 이미 당연해진 하나의 테마로 스며들었다. 특히 개인의 자유와 다양성을 중요시하는 Z세대가 패션에서도 성별에 얽매이지 않는 스타일을 선호한다는 것이 큰 흐름으로 이어지면서 패션업계의 ‘빅블러’ 현상이 점차 자연스러운 트렌드로 정착할 것으로 보인다.
‘빅블러(Big Blur)’ 현상은 금융계에서 시작한 용어로, 급속도로 사회가 성장하며 산업 간의 경계가 흐려져 전통적인 개념이 뒤섞이는 것을 말한다. 패션업계 속 빅블러는 성별, 계절, 기능, 문화 등 패션을 구분 짓던 모든 요소들이 점차 모호해지며 이에 따라 새로운 스타일과 디자인이 등장함을 일컫는다.
이번 시즌 여러 명품 패션 브랜드들은 젠더리스, 젠더 뉴트럴 패션이 주목을 받는 가운데 다양한 빅블러 패션을 선보였다.
‘생로랑’은 파워 숄더가 돋보이는 오버사이즈 정장과 넥타이, 볼드한 금색 시계 등의 남성적인 실루엣을 통해 완벽한 젠더리스 패션을 표현했다. 랑방은 곡선적인 실루엣이 드러나지 않는 와이드한 반바지와 체크 셔츠, 후드를 통해 빅블러를 드러냈다.
‘펜디’는 이와 반대로 버튼 디자인을 대각선으로 길게 내려 남성복에서 주로 사용되지 않던 컷아웃 디자인을 레디투웨어로 등장시켰다. 이 외에도 2025 S/S 런웨이에서는 여성스러운 원단으로 여겨졌던 레이스나 시스루, 트위드 원단이나 화려한 액세서리 등을 남성복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밖에도 다양한 브랜드들은 모호해지는 계절 구분에 따라 시즌리스한 패션을 선보이거나 운동복과 일상복의 경계를 허문 애슬레저 패션을 선보이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서 빅블러 현상을 나타내는 중이다.
국내 패션 브랜드는 하나의 제품을 남녀노소 착용 가능한 여러 사이즈로 구성하거나 기존 성별 지향성에 구애받지 않는 브랜딩을 선보이는 등 그들만의 방식으로 다양한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다.
하이 컨템포러리 브랜드 ‘앤더슨벨’은 유니섹스 라인을 통해 XXS 사이즈부터 XL 사이즈까지 구성해 남녀 누구나 자유롭게 착용할 수 있는 스커트를 선보였다.
국내 남성 주얼리 브랜드 ‘티링제이’는 현대적인 무드를 더해 무거웠던 기존 남성 주얼리 브랜드에 차별성을 더했다. 귀를 뚫지 않은 남성도 착용할 수 있도록 이어커프 형태의 귀걸이 또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빅블러 패션을 가장 쉽게 연출할 방법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전통적인 기존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나만의 방식대로 자유롭게 입는 것. 예측 불가능한 유연한 착장으로 자연스럽게 그 경계에 스며들어 보자. 모든 옷을 오버사이즈로 입거나 플랫 슈즈에 편안한 운동복을 연출해 보는 것도 팁.
아디다스 팬츠를 헬스장 가야 할 때만 입는다고 생각하면 고리타분하다. 재킷과 함께 무심한 듯 매치하면 액티브하면서도 시크한 분위기를 동시에 드러낼 수 있다. 찢어진 데님 진과 베스트 등으로 러프한 모습을 연출했다면 진주 목걸이를 걸어 반전 매력을 살려보자. 나만의 매력적인 연출법을 살릴수록 빅블러를 더욱 완벽하게 완성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