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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많던 사람들은 어디로...
그렇게 많았던 전문인력들은 다 어디로 숨어버린 것일까?
IMF이후 힘들었던 시간들을 극복하고 한숨 돌리고 나니 기억에 남아있는 많은 사람들의 소식이 궁금해진다.
몇몇 대형기업들의 경우 절반의 인원이 실력에 상관없이 사업부축소와 함께 어느날 사라졌다. 또 부도, 법정관리, 워크아웃등 절차에서 많은 전문인력들이 자리를 비웠지만 동종업계로 복귀한 사람들은 손꼽힐 정도다.
최근 패션업계의 동향을 보면 점차 임원의 연령이 낮아지고 있음을 알수 있다.
30대 상무보가 탄생하는가 하면 과거 50대에 해당됐던 직급이 30-40대로 낮아지고 있다.
분명한 것은 패션업계 종사자들이 머무를수 있는 ‘수명’자체가 짧아지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현재 임원들은 농담반, 진담반으로 “빨리 올라가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자녀들은 이제 한창 공부할때인데 도중 하차한다면 좋을것이 없다. 승진이 늦더라도 천천히 올라갔으면 좋겠다”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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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사람들의 비애
가끔 대기업 상담실에 앉아있으면 예전에 임원이었던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
자신이 근무했던 회사를 대상으로 소재나 원부자재, 수트케이스, 프로모션 전문회사를 차려 직접 영업을 하는 경우가 있다. 드물게는 외국계 보험회사에 취직해 지인들을 찾아와 권유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또 임원중에서는 회사의 배려로 유명브랜드의 대리점을 차려 운영하기도 한다.
찾아오는 사람은 나름의 서운함이 있고 응대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미안함도 있으면서 때로는 박절할수 대할수 밖에 없는 경우도 있어 마음이 좋지 않다.
최근 모기업으로 복귀한 임원중에는 몇 년간 소재컨버터를 한적이 있었다. 그 임원은 “절대 내가 근무했거나 연관된 업체는 찾아가지 않는다”고 원칙을 세웠다. 그러나 겨우 운영은 했지만 대형업체와 거래를 하지 않은 이상 신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밝힌다.
또 다른 사례는 대기업에 근무할 때 생산협력사로 관계를 맺었던 회사에 눈높이를 낮춰 입사한 경우이다. 주변에서는 평소 상하관계였던 데서 위치가 뒤 바뀌다보니 도중에 불협화음이 잦고 본인도 체질화하기 힘들어 옮겨다닐 수밖에 없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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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길을 찾아서...
그러나 대형업체를 그만둔 이후 중견업체에 전문경영인으로 새출발을 한 임원들의 경우 함께 나온 후배들을 규합해 새로운 삶을 개척한 이들도 많다. 또 마인드를 바꿔 중소기업에 본부장으로 들어가 수백억원대의 규모로 사업을 키워놓은 사례도 종종있다.
아직도 자리를 잡지못한 ‘유능한 전문인’도 많다. 그런데 항상 ‘연봉이 맞지 않는다. 이는 나의 마지막 자존심’이라며 버티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는 개인의 신조이므로 가타부타할 성격의 것은 못된다. 그렇지만 세월이 변하고 있음을, 업계가 빠른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흐름을 빨리 파악해 입지를 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규사업을 하는 회사들은 대부분 경륜있는 전문인력보다는 당장 인기있는 브랜드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을 스카웃하는데만 혈안이 돼 있다. 한정된 범위에서 연봉을 올려가며 서로 사람을 뺏고 빼앗기는 형국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또 지나치게 젊은층을 위주로 사람들을 영입하려하는데 ‘젊음=새 문화 창출’이라는 잘못된 이론을 공식화해가고 있다.
주변에 많은 인력들, 아직까지 감도를 잃지 않은 전문인들은 자존심을 버리지 못해 헤매이고, 신규사업을 하는 기업들은 한정된 인물을 선상에 두고 작업(?)을 벌여 유행가 가사처럼 “점점 멀어져만 가는” 안타까운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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