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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특별 토론회나 특집골프 같은 프로로 그나마 일주
일에 한 회 방영 시간이 짤리기도 하는 일요일 밤 드라
마, 남들은 명화극장으로 감명받고 있을 때 나는 짧은
청춘극으로 깊은 감동을 받는다.
그 드라마는 다름 아닌 “카이스트”. 방송프로그램 소
개란에 줄거리도 실리지 않는 이 드라마는 최고의 두뇌
들이 모인 KAIST를 배경으로 밤을 지새워 가며 끊임
없이 연구하는 모습과 학창시절의 사랑, 우정 등이 중
심스토리로 적잖은 매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로봇축구, 해킹, 인공위성이니 과학에 관한 끊임없는 연
구와 인간적인 에피소드들이 작은 재미를 더하고 있는
이 드라마를 어느 문화잡지의 편집장은 『유일하게 설
득력 있는 작품』이라 칭하며 ‘사람은 노력없이는 아
무것도 이룰수 없다’‘신념을 굽히지 않고 정도를 걷
는다’등 가장 흔한 교훈까지 감동적이라 칭찬한다.
드라마는 이공계열의 최고 두뇌들이 모였다는 것만으로
우월함을 자랑하지 않고 등장인물 개개인의 모습을 성
실히 담아내며 전달하고자하는 메시지를 소박하게 펼쳐
보여 앤딩이 오를 때 울컥 감동의 뜨거운 무엇을 느끼
게 해준다.
이 드라마를 보면 중심 줄거리에 개인연구 외에 팀을
이뤄 외부업체가 의뢰한 신기술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
는 것을 볼 수 있다.
계속되는 프리젠테이션과 실험을 통해 이론의 실용화
단계에서의 문제점을 개선해 가며 과학도들은 연구로만
끝나지 않고 상품화라는 단계를 밟고 있는 것이다.
물론 드라마에서의 상황이지만 실제로 ‘우리별’같은
인공위성도 카이스트에서의 연구가 많은 힘이 된 것으
로 알고 있다.
이러한 ‘산학연계’가 패션계는 왜 어려운가를 짚어본
다. 실험성과 도전의식에 비하자면 과학이 아니라 패션
이 훨씬 매리트가 크다. 시즌마다 성패가 좌우되는 패
션은 그 브랜드 하나하나가 벤쳐기업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교육계에 카이스트같은 학교나 인재가
없기 때문인가? 몇몇 교육체는 산학연계의 한 단계로
기업체 연수를 늘리고, 실무경험이 풍부한 교수모시기
와 교과목 세분화, 신설에 아예 자체 브랜드 런칭에까
지 열심이다. 그런데 아직까지의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
한 것이 현실이다.
대학은 예술가를 만들거나 현모양처를 만든다. 학원은
취업에만 급급하다. 기업은 하루 매출에 목숨을 걸고
있다. 이러한 독립된 삼각구도의 쳇바퀴 드라마는 매니
아 형성은 커녕 시청률 최하위의 조기종영감 아닌가.
/박세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