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國流, 중국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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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상대를 ‘협력자’로 만들어라

중국인은 지연(地緣), 혈연(血緣)의 관계를 무척 중요시한다. 지난 날 온 세계로 민들레처럼 흩어졌던 중국인들은 그곳에서 성공하게 되면 본국으로부터 혈연자를 불러 일을 거들게 했다. 이런 식으로 해서 세계 각지에 중화가가 탄생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인은 난생처음 만나는 사람끼리 우선 상대방의 성명 출신지를 물어 거짓말이라도 지연, 혈연을 만들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나 ‘이’라고 합니다.”, “어허? 이거 우연의 일치네…. 나도 ‘이’거든요. 틀림없이 우리 선조는 같을 겁니다.” 이렇게 해서 다정한 악수를 나누며 두 사람은 ‘혈연’으로 맺어진다는 것이다.


하기사 ‘이’씨는 중국에서 가장 많은 성중의 하나니까 ‘서로의 선조가 같다’는 미토콘드리아(동식물의 세포질 속에 있는 絲狀)를 더듬어 올라가면 인류의 시조(始祖)는 아프리카에 살고 있었던 이브라는 한 여성으로 이른다는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또 한 성이 다를 경우엔 출신지에 기대를 건다. “난 산동성 출신이걸랑요.”, “나도 그래요. 이거 참 묘한 기우(奇遇)네.” 이 자리에서도 굳은 악수가 나누어져 두 사람은 단번에 친숙한 기분을 갖게 된다. 성도 출신지도 다를 경우엔 “모친의 출신지가 산동성.”이라던가 “숙모의 남편이 산동성….” 하여튼 뭣이든 고리만 만들어내면 된다. 어찌되었든 상대방의 피, 지역과의 공통항을 찾아낼 수 있느냐 없느냐가 우선 관문(關門)이 되는 셈이다. 인심화기(仁心和氣 : 친구처럼 이야기하자. 친구가 될 수 있어.)의 열쇠는 여기에 있다.


지연, 혈연이 없을 경우에도 동급생, 동료 동업자 혹은 공산당원이라던가 하여간에 무언가 공통점을 찾게 된다. 그것이 없다면 인연은 거의 맺어지지 않는다.
즉 인간관계는 성립되기 어렵다는 뜻이다. 하지만 중국에 진출한 인접국가 사람이라면 거짓말이라도 좋으니 혈연 지연을 만들라는 건 좀 무리일 것이다. 그럴 경우엔 가능한 한 상대 출신지를 에워싼 이야기를 해야 되겠지….


최근에 만난 어떤 편집자는 내 얼굴을 보는 순간 “작년에 선생님의 출신지 청도에 갔었습니다. 정말 좋은 곳이더군요.” 청도까지 찾아간 인접국가 사람은 그리 흔치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편집자는 초면인 그 날부터 내 마음속에 큰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중국인의 인간관계는 본질적으로는 신인불의(信人不疑 : 믿을 대는 전부 믿는다. 믿지 않는 사람과는 사귀지 않는다)이다. 신뢰할 수 없는 사람에겐 부탁 따위는 아예 하지도 않는 데가 있다. 어쨋건 사돈의 팔촌이라도 끌어들여 무슨 인연을 앞세우려는 게 중국인의 특색이기도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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