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이슈] 지재원 패션칼럼니스트 경기과학기술대학교 교수 - ‘패션 커뮤니케이터’ 역할이 절실한 때
[패션이슈] 지재원 패션칼럼니스트 경기과학기술대학교 교수 - ‘패션 커뮤니케이터’ 역할이 절실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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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년 새해를 맞아 한국섬유신문이 섬유·패션인 여러분의 고견을 수렴, 언로를 활짝 열어놓고자 합니다. 올해 창간 31주년을 맞아 섬유·패션 전문 정론지인 한국섬유신문은 월요일자에는 소재상식을 전달하는 ‘공석붕 칼럼’을, 목요일자는 전문가들의 예리한 시선으로 시사점을 짚어보는 ‘이슈터치’를 싣고자 합니다. 독자여러분의 많은 참여와 성원 바랍니다.

‘이슈터치’의 첫 주자인 패션칼럼니스트 지재원 교수는 한국패션역사상 첫 패션전문잡지인 ‘월간 멋’의 기자로 잘 알려져있습니다. 여성동아를 비롯 유명 잡지의 편집장을 지냈습니다. 행복이 가득한 집, 워킹우먼, 무크의 총괄 편집주간 등을 맡으면서 패션과 문화의 발전에 일익을 담당하고 패션인들과 성장의 역사를 함께 해왔습니다. 현재 경기과학기술대학교 부교수로, 대학홍보발전팀장을 역임하면서 칼럼니스트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패션 커뮤니케이터’ 역할이 절실한 때


3년전 한 TV 프로그램에서 동물과 교감하는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하이디를 특집방송으로 소개한 적이 있다. 주인으로부터 버림받았거나 혹은 마음의 상처를 받아 이상행동을 보이는 동물들에게 다가가 그 원인을 찾아내고, 결국은 정상으로 돌아오게 만들던 하이디. 그녀의 놀라운 소통능력은 동물애호가들은 물론 많은 일반사람들에게까지 깊은 인상을 남겨주었다.

정초부터 전격적인 서울패션센터 폐쇄 소식이 패션계를 흔들어 놓고 있다. 서울패션센터는 서울시가 운영해온 패션 종합 지원기관이다. 폐쇄로 인해 당장 올봄에 열릴 예정인 서울패션위크를 비롯해 동대문시장 지원사업 등 정례적으로 치러온 모든 행사들이 큰 차질을 빚게 되었다.

이를 지켜보면서 오래전부터 가져왔던 생각, 즉 패션계에도 ‘패션 커뮤니케이터’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10여년전부터 서울시가 패션산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지원도 해마다 늘어났다. 패션계로서는 지식경제부,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서울특별시라는 지원군이 하나 더 늘어난 셈이었다.

그러나 지원규모로 보면 서울시가 문화부는 물론 지경부보다도 훨씬 커서(<2009 서울시 패션산업 발전방안>에 의하면 2012년 패션분야 예산 예상규모 592억2천만 원), 한국패션계에 미치는 영향력도 갈수록 커져왔다.

하지만 패션행사를 치를 때마다 각종 오해와 불협화음이 불거져 나오곤 했다. 서울패션위크의 경우 관(官)주도에서 민간주도로 바꿔보겠다며 조직위원회를 별도법인화해서 한국패션협회장에게 조직위원장을 맡겨보기도 했지만 두시즌만에 서울패션센터가 다시 행사를 맡았고, 또다시 두시즌만에 서울패션센터가 아예 폐쇄되었다.

똑같은 한국말을 사용하지만, 패션계와 공무원들간에는 통역이 필요할 정도로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서울패션위크만 놓고 보더라도, 상당한 재정지원을 하고 있는 서울시 입장에서 보면 디자이너들은 말만 많고 비협조적인 집단이었고,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공무원들이) 패션을 모르니 엉뚱한 곳에 예산을 쓰고, 사소한 발표 순서에까지 간섭하며 군림하는 상전이었다.

따지고 보면 서울시만큼 패션산업에 많은 관심을 갖고 다방면으로 지원해온 관(官)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면서도 서울시는 칭찬보다는 비난을 더 많이 받았다. 그 이유중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서울시와 패션계 사이에 의사소통 경로가 없거나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번에 하루아침에 서울패션센터를 폐쇄조치한 것도 그 단적인 사례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말이 통하지 않는 동물과도 교감을 하는데, 같은 언어를 쓰면서 소통이 되지 않는 우리 패션계…. 하이디까지는 아니더라도 중간에서 정확하게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패션 커뮤니케이터’의 역할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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