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터치] 정정철 옥탄스 대표 - 한산 모시와 3D 입체 방식 공정
[이슈 터치] 정정철 옥탄스 대표 - 한산 모시와 3D 입체 방식 공정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구려를 개국한 고주몽은 아들 유리를 부인에게 맡겨 놓고 떠나면서 아들이 성장해 아버지를 찾아 올 때는 반드시 신표를 가져와야 하는데 그것은 ‘여섯 모 난 소나무 밑동에 감추었다’고 했다.

후일에 유리는 아버지가 감춘 신표를 찾기 위하여 날마다 온 산을 헤매고 다녔으나 ‘여섯 모 난 소나무’는 끝내 찾아내지 못했다. 마침내 신표 찾기를 포기하고 낙담해 있을 때 문득 자기 집 마루의 기둥을 바라보니 그 기둥이 소나무를 육각형으로 깎은 것이었으며 그 기둥 밑에서 부러진 칼 토막이 나왔다.

이 전설을 듣고 나는 내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물론 왕이 될 꿈은 꾸지 않았으나 천연 섬유 소재를 찾기 위해 십 수 년 동안 네팔 땅을 헤맸기 때문이다. 즉, 사십 초반부터 오십 중반까지 네팔 땅을 부단히 오가며 각종 천연 섬유 소재를 취급하던 중에 우연히 네틀(쐐기풀)을 만났던 것인데, 네틀이야말로 나에게 부를 가져다 줄 신표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네틀을 알고 나서는 네팔과 한국을 더욱 자주 오갔다. 나의 마일리지를 좀 과장하자면 지구를 몇 바퀴나 돌고도 남았다. 지금 생각하면 천연 소재라는 단어의 올바른 정의나 이해는 물론 사전적인 뜻도 제대로 모르던 시절이었다.

수업료였다고 자위하고 싶은 거액의 비용과 하염없는 시간을 바치고 나서도 정열이 남아 다시 네팔로 날아갈 생각만 하던 그 시절에 우연히 인연을 맺은 한산모시는 나로 하여금 ‘바로 이거다’라는 느낌과 ‘멀리 가서 찾을 게 아니다’라는 깨달음을 주었다. 신표를 감춘 여섯 모 난 소나무라는 것이 결국 자기 집 마루 기둥이더라는 전설에 크게 공감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한산모시와 인연을 맺은 지는 이미 3년. 한산모시 역시 네틀처럼 마 계통이므로 한산모시를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네틀과 거의 유사한 문제에 봉착했다.

지역적인 문제, 대량화의 문제, 유통의 문제, 인적 자원의 문제가 그것들이다. 여기서 인적 자원의 문제란 충청남도 서천군 일대를 원산지로 하는 특산품으로서의 한산모시를 현대적인 소비문화의 패턴 혹은 패러다임 안에 부단히 실어낼 수 있는 인적 자원의 부족을 말한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30세에 이른 사람에게 ‘한산모시를 아냐?’고 질문하면 80 퍼센트 정도는 ‘안다’라고 답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에게 ‘사는 집에 한산모시로 만든 제품이 있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90 퍼센트는 ‘없다’라고 할 것이라고 본다. 물론 ‘그 제품을 아냐?’와 ‘그 제품을 구매해 가지고 있냐?’의 관계를 따지기는 조금 모호하다.

중요한 것은 천년이 넘는 전통을 가진 우리나라 브랜드의 가치가 겨우 백 년 남짓한 외국의 브랜드보다 못한 현실이다. 전통이란 과거의 한 시점에서 단절되거나 정체된 것이 아니라, 즉 죽은 것이 아니라, 현재를 통해 미래로 이어지는 흐름을 이루어야 살아있는 전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천년을 이어온 한산모시의 전통과 명망을 오늘에 구현하는 부단한 노력만 있다면 한산모시 또한 멀지 않은 장래에 외국의 유명 브랜드를 능가하는 가치를 발하게 될 것이다.

아내와 함께 지난 6월 8,9,10일에 서천에서 열린 한산모시 축제에 다녀왔는데, 서천군에서는 이미 한산모시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소식이다. 다자란 모시를 베어서 말린 상태인 ‘태모시’를 방적, 방직하여 제품화하는 데까지 3D 입체 방식의 공정을 사용한 제품이 선보인 것이다.

제품 전반에서 전통 기법을 살리되 요소요소에 현대적인 첨단 기법을 적절히 삽입한 한산모시 제품은 이제 일반 가정에도 널리 보급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천연소재 자원이 무궁한 나라이다. 함경도의 북포, 강원도의 강포, 경상도의 안동포, 전라도 곡성의 돌실나이 등 이름있는 삼베들이 현재까지는 명맥만 간신히 유지해 왔지만 이번 한산모시 축제에서 보여준 해결점인 3D 입체 방식의 생산 공정을 좀 더 연구하면 우리나라의 천연소재 원단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법인명 : ㈜한국섬유신문
  • 창간 : 1981-7-22 (주간)
  • 제호 : 한국섬유신문 /한국섬유신문i
  • 등록번호 : 서울 아03997
  • 등록일 : 2016-11-20
  • 발행일 : 2016-11-20
  • 주소 : 서울특별시 중구 다산로 234 (밀스튜디오빌딩 4층)
  • 대표전화 : 02-326-3600
  • 팩스 : 02-326-2270
  •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종석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 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김선희 02-0326-3600 [email protected]
  • 한국섬유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한국섬유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