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1주년 특집] 유통가, “신진 디자이너에 매료됐다”
[창간 31주년 특집] 유통가, “신진 디자이너에 매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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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이미지로 차별화 ‘윈-윈’ 시너지 기대

최근 유통업체들이 앞 다퉈 신진 디자이너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실력 있는 신진 디자이너들이 제대로 된 유통기반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기 때문. F 브랜드를 운영 중인 N 디자이너는 “한국은 디자인을 하겠다는 사람들은 넘쳐나고 있지만 시장이 점차 협소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통업체들은 이들 중 가격, 품질 경쟁력을 갖춘 곳을 발굴해 고객들에게 알리고 자사만의 차별화 전략으로 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존보다 신선한 이미지를 부여할 수 있다는 점이 유통업체에게 매력적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유통 관계자는 “신진 디자이너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빨라진 패션 환경 및 소비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이런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百, ‘인큐베이팅’…진출 도와
백화점들은 편집매장을 구성하거나 페어를 진행해 신진 디자이너 발굴에 앞장서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본점, 영등포점, 구리점 등에서 운영 중인 편집매장 ‘팝캐스트’를 통해 이들의 판로를 열어주고 있다.

롯데의 한 CMD는 “대형 패션 업체가 런칭한 신규 브랜드를 입점 시키는 것이 안정적일 수 있다. 하지만 유명 온라인 브랜드나 신진 디자이너들을 인큐베이팅해 오프라인 진출을 돕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에는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에 방영된 신진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본점에 전시해 고객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또 지난 3일까지 울산점에서 ‘신사동 가로수길 팝업스토어’를 열어 수도권 외 지역에서도 이들의 경쟁력을 확인했다. 최근에는 ‘패션 브랜드 공모전’도 진행해 이들에게 입점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나섰다.

여성패션부문장 황범석 이사는 “패션이 강한 백화점을 지향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브랜드를 발굴해 고객 니즈와 트렌드에 맞는 상품을 선보이고자 노력하고 있다”면서 “젊은 고객들을 다시 유입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또 “동대문, 가로수길 등 주요 상권으로 MD들이 직접 나가 열심히 찾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6월29일부터 본점 2층에 52㎡(약 16평) 규모의 팝업 전문매장 ‘더 웨이브(The Wave)’도 신설해 신진 디자이너뿐 아니라 중소 패션업체를 위한 공간을 마련했다. 이곳은 1~2주 주기로 새로운 브랜드들이 ‘릴레이’ 형식으로 팝업 스토어를 열 수 있는 공간이다.

롯데백화점은 “팝업 스토어를 열 수 있는 고정적인 공간을 마련해 매주 새로운 브랜드와 상품을 고객들에게 제안하고자 한다”며 “협력 업체의 판촉비 부담도 덜어주기 위해 ‘더 웨이브’ 매장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이곳의 첫 스타트는 ‘유니클로’가 끊었지만 이후 패션 비치웨어, 란제리, 주얼리 편집샵을 비롯해 미입점 온라인, 스트리트 브랜드 편집샵 등 다양한 종류의 브랜드와 상품도 선보여질 예정이다.

관계자는 “이곳은 고객들에게 새롭고 차별화된 패션 문화를 제안할 수 있는 창구가 될 것”이라며 “팝업 스토어 외에도 신진 아티스트들의 갤러리, 신규 브랜드의 테스트 매장 등 컨텐츠 특성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상반기 동안 일부점포를 중심으로 ‘신진 디자이너 대전’을 열어 다양한 상품들을 선보였다. 지난 6월에는 압구정본점에서 이규선, 조고은, 감선주, 오경숙, 박혜인, 김소정 등 프랑스, 영국, 미국에서 활동한 바 있는 국내 신진 디자이너들을 소개해 호응을 얻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1년에 2번 ‘신진 디자이너 페어’를 개최해 인재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두타’ 신인 발굴 선봉에
동대문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두타는 오픈 때부터 디자이너 육성을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매년 벤처 디자이너 컨퍼런스를 개최해 지난해까지 130여 명의 역량 있는 디자이너들을 발굴했고 수상자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 판로 기회를 마련했다.

특히 두타는 디자이너 발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업 인큐베이팅을 통해 이들을 CEO형 벤처 사업가로 육성시켜 제도권 진출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또 지하 1층에는 약 1355㎡(약 410평) 공간에 두체존(두타 챌린지 존)을 마련해 이들의 입점을 적극 추진했다.

마케팅팀 전창수 차장은 “마케팅, 유통, 소싱, 원부자재를 신진 디자이너들이 다 관여하다 보니 어려움을 느끼고 디자이너로서의 꿈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배울 수 있는 유통 환경과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는 곳에서 이들이 시작한다면 저비용으로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두타는 올해도 신진 디자이너 발굴을 위해 벤처 디자이너 컨퍼런스를 진행한다. 예년과 다르게 심사는 파트 1, 2로 나눠 실시되고 방송 프로그램과 연계한 오디션 방식을 도입했다. 3차까지 진행되는 파트 1 심사를 통해 선발된 50명이 방송 오디션으로 진행되는 파트 2 심사에 참여할 수 있다. 첫 회에 12명으로 압축해 도전자를 선발하고 매회 서바이벌 경쟁을 통해 최종 우승자를 가려낼 예정이다.

전 차장은 “오트 쿠튀르적 의상을 중점으로 한 타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달리 실질적으로 판매 가능한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를 뽑을 계획”이라며 “소수 집단을 위한 디자이너 선발이 아닌 대중의 관심을 끌어 공감할 수 있도록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고 전했다. 또 “우승자는 5000만 원 상당의 두체존 매장 입점 기회와 함께 1억 원의 우승 상금을 제공받게 된다”고 덧붙였다.

온라인몰도 입점 열풍 동참
온라인몰에서도 타사와의 차별성을 내세우며 신진 디자이너 입점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최근 고객들이 온라인 쇼핑을 통해서도 이들의 제품을 활발히 구매해 관련 사이트들이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G마켓은 작년 5월 국내 소호 및 디자이너들의 제품을 판매하는 ‘G 소호샵’ 오픈에 이어 올 초 편집샵 ‘바이 디자이너’, 남성 편집샵 ‘멘즈클래식’을 선보였다. 트라이씨클은 오가게를 통해 신진 디자이너들의 맞춤식 스타일링을 제안하는 ‘쇼웨이’를 운영 중이다.

롯데닷컴은 올 초 온라인 셀렉트샵 ‘매그마일’을 런칭,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발굴에 나서고 있다. CJ몰은 지난 6월 ‘스타일오샵’을 선보이며 이 대열에 합류했다. 이곳은 CJ몰의 MD들이 동대문 등에서 무명 디자이너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입점 후 판매량과 클릭수를 기준으로 경쟁을 펼쳐 브랜드화의 기회도 주어진다.

CJ오쇼핑 김경연 팀장은 “고객들은 이를 통해 차별화된 패션 제품을 만날 수 있다”면서 “디자이너에게는 유통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패션 생태계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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