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로열티 130억 여원
“우리 회사는 생산설비가 없습니다. (알려진 기술이 없다보니) 삼성세탁기(모델명 OOO)를 개조해서 기술개발에 이용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우리 기술은 한국과 미국에 특허 출원이 됐고 아울러 전세계 40개국에도 특허를 출원중입니다.” <사진 : 작년 11월28일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데님 바이 프레미에르비죵의 기자회견장 모습. 가운데 중앙에 있는 사람은 에코야의 이운하 본부장.>
에코야(Ecoyaa)라는 이름 없는 한국 중소기업이 콧대 높기로 유명한 ‘데님 바이 프레미에르비죵(Denim by Premiere Vision)’에 제출한 심사서류 중 회사소개의 일부분이다. 이 회사는 최종 심사를 통과하고 약 70개의 전시업체 중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한국의 2개뿐인 회사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지명도 낮고 제조설비도 없는 무명의 한국 기업은 2009년 11월 처녀 출전한 후 3년 연속 전시회에 참가하면서 지속적으로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작년 11월 이탈리아의 세계적 데님 원단 업체인 ITV(ITV Industrial Tessile del Vomano Srl)와 932만 유로(약 130억 원)의 로열티 계약을 체결했다. 로열티는 향후 10년간 매년 매출액의 5~10%를 차등지급받게 돼 있어 실제로는 이보다 더 커질수도 있다. ITV는 앞으로 2년간 수십만 유로에 달하는 로열티도 보장해 주기로 했다.
ITV는 이를 계기로 에코야 및 세계적 섬유소재 기업 인비스타(INVISTA)와 3각 체제를 이뤄 신개념의 데님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인비스타의 유럽지역 마케팅 책임자인 페데리카 알비에로(Federica Albiero)는 “이 프로젝트의 초기 결과에 매우 고무됐다”며 “ITV와 혁신적 염색 기술을 입힌 라이크라 원단을 개발하는 일을 하게 돼 매우 기쁘다”는 입장을 밝혔다.
작년 11월28일 파리에서 열린 데님 바이 PV의 VIP관에서 에코야와 ITV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는 기념식을 가졌다.
이 소식은 유럽 현지의 언론들에 먼저 알려졌다. ITV의 오너인 바바라 지누티(Barbara Gnutti)는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에코야의 기술력과 신시장 개척에 대한 강력한 확신을 갖고 있다”며 “이탈리아는 새로운 제품과 프로세스에 대한 상업화의 주도권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와인텍스는(WINE-TEX technology)는 ‘메이드 인 이태리(Made in Italy)’ 상품에 큰 부가가치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언급된 와인텍스가 바로 에코야의 와인염색공법이다.
에코야 이윤하 대표는 “기존의 합성 인디고 염료를 대체하는 기술로 와인텍스가 채택됐으며 ITV는 앞으로 10년간 에코야의 특허 기술에 대한 전세계 독점권을 확보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와인텍스는 와인의 타닌(tannin) 성분을 이용한 천연염색법으로 기존의 화학 염색과 비교해 친환경적이며 생산 단가 역시 낮춘 지속가능한 녹색기술이다. 이전에는 주로 감을 이용해 왔으나 에코야는 와인 찌꺼기와 포도나무의 꼭지를 활용한 염색법을 개발하는 기술적 개가를 올렸다.
신구대학교 패션디자인과 신용남 교수는 “로열티만 보면 국내 패션소재 업계에서는 최대 규모”라며 “데님분야 세계적 기업인 ITV와 손잡음으로써 에코야는 유럽 데님 시장의 맹주 자리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천연염료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화학염료보다 싸면서 데님뿐만 아니라 면, 실크, 가죽 등 모든 천연 섬유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에코야는 가능하면 한국 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원했으나 협상에 임한 대기업들의 무리한 요구에 실망하고 최종적으로 ITV와 손잡게 됐다.
이윤하 대표는 “데님 시장에 대한 독점권은 ITV와 체결했지만 이를 제외한 다른 분야는 한국 업체와 전략적 제휴로 시장을 확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ITV는 에코야의 와인텍스 특허권 획득을 계기로 신기술을 이용한 광범위한 제품 및 생산 프로세싱 개발에 들어갔다. 특히 데님 소재로 각광받고 있는 인비스타의 라이크라 원사 및 라이크라 T400, 라이크라 dualFX™에 와인텍스를 결합하는 프로젝트를 가동시켰다.
ITV는 이탈리아 테라모(Teramo) 지방의 타운인 셀리노 아타나시오(Cellino Attanasio)에 있는 공장에서 생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월 파리에서 개최된 데님 바이 프레미에르비죵의 최대 화두는 환경이었다. 특히 데님 염색 과정에서 소비되는 물과 폐수, 유해물질의 최소화가 화제로 떠올랐다. 청바지는 포름알데히드, 톨루엔 등 다수의 유해물질이 포함돼 있어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다.
그러나 와인텍스 공법은 워싱 과정에서 사용되는 치아염소산소다, 유황 등의 처리 과정 없이 친환경 기술로 생산돼 유해성분이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에코야는 유럽 기준의 검사 의뢰 결과, 유해물질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고 물 소비량을 최소화했음에도 불구하고 견뢰도 검사에서 대부분 4~5등급을 받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