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들 압축, 양해와 설득에도 수용에 강한 거부감
노심이 차기 섬산련 회장 추대 발목을 잡았다. 차기 섬산련 회장 추천위원회는 후보 단일화를 위해 구랍 26일에 이어 30일 오후 3시부터 2차 회의를 열고 열띤 토론을 벌였으나 오후 5시30분 경까지 5인 추천위원간 의견이 엇갈리면서 만장일치 추대가 사실상 물건너 갔다.
그러나 화합을 이끌어내야 할 회장 추대가 오히려 분열과 불협화음,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섬산련 회장 추대 관행이 깨지면서 자칫 업계가 분열과 진통의 회오리 속으로 빠져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난 24일 추천위원회가 후보 마감을 한 결과 박상태 성안그룹 회장,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 김웅기 세아상역 회장이 출마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추천위가 후보자를 좁히는 과정에서 사전 각본설이 제기되고 일부 후보는 현 추천위 결정에 반발하는 등 추천위의 권위와 위상을 크게 실추시키면서 업계 불화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다수의 정통한 관계자들을 통해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26일 1차 회의 후 유력한 차기 회장 물망에 오른 인사는 박상태 회장과 김웅기 회장이다. 업계는 대구 섬유산지 적장자인 박상태 회장에는 큰 이견이 없으나 김웅기 회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특히 의류패션업계의 저항과 반발의 파고가 거세다. 의류패션업계는 회장 추대 순리면에서 이번에 다운스트림 몫이라는 데 자존심을 걸고 최병오 회장을 추대했으나 최 회장 대신 김웅기 회장이 강력한 후보로 떠오른데 의혹을 집중 제기하고 있다.
우선 김 회장의 지지기반이 돼야할 다운스트림업계가 최병오 회장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지기반이 없는 인물이 차기 한국 섬유산업을 이끌어갈 섬유업계 수장으로서 자격이 있느냐는 논리다.
뿐만 아니라 작년 10월경 개최된 한국의류산업협회 이사회에서 최병오 회장이 차기 섬산련 회장 출마 의사를 비쳤을 때 세아상역도 임원이 대리 참석, 이를 지지한 것으로 확인돼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의류패션업계는 ▲現 노희찬 회장이 특정 후보 대항마로 김웅기 회장을 갑작스럽게 천거해 최병오 회장의 포기를 유도하고 ▲위원들 구성이 특정 후보와의 지역적 또는 혈연적 특수관계로 맺어져 있다는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노희찬 회장은 구랍 27일 박상태 회장의 후보 사퇴까지 권유했다.
업계는 노희찬 회장의 지난 1년간 행보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작년 1월 출범한 ‘섬유패션 스트림간 협력 간담회’의 주요 멤버가 해외 수출 의류 벤더로 이뤄졌는데 이때부터 교감이 있었다는 루머가 돌고 있다. 당시에도 이 모임이 스트림이란 간판을 달았지만 사실상 직물업계와 국내 패션업계는 제외돼 정체성에 대한 많은 논란이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후보 추천위원회 구성에도 문제가 있다”며 “비즈니스에 바빠 회원으로 몸담고 있는 한국의류산업협회 회장직도 물리친 사람이 업계 발전을 위해 봉사하는 섬산련 회장 자리에 앉을 수 있겠느냐”며 직접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따라 추천위원회 구성과 추대 과정이 또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특히 “노희찬 회장의 복심이 김웅기 회장쪽에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는 설이 유력해지고 있다.
업계는 현 5인 추천위원회의 인적 구성상, 차기 회장 결정에 유력한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1인의 의견이 중시되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노희찬 회장은 차기 회장으로 유력하게 예상됐던 박상태 회장과 최병오 회장을 설득, 김웅기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추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추천위의 만장일치 추대를 끌어 내려는 현 회장의 책무도 일면 이해는 가지만 최병오 회장과 박상태 회장을 설득하는 것 보다는 의외의 복병인 김웅기 회장의 양보를 받아내는 것이 우선 순위라는 중론속에 의아한 전략을 선택한데 대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일부 후보가 추천위 결정에 반발, 만장일치 후보 추대가 무산됨에 따라 추천위원회의 권위와 위상도 추락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수출을 중요시 해 왔으나 현 정부의 내수 기반 확충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문화산업으로서 의류패션분야에 대한 지대한 관심에 비중을 맞추려면 다운스트림 분야의 회장 추대는 거역할 수 없는 당연한 시대적 소명이자 추세라는 의견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