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는 한·중 FTA 추진을 위해 지난달 9일 관보 게재와 더불어 24일 공청회를 시작으로 정부간 협상 개시를 위한 국내절차를 밟고 있다. 대외경제장관회의의 의결을 거쳐 이르면 4월 중 한·중 FTA 협상 개시를 선언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간 공동연구가 처음 시작된 2004년 이후 8년 만에 정부간 공식 협상이 시작되는 것이다.
한·중 섬유교역은 국내 인건비 상승에 따른 생산기지의 이전과 중국의 섬유생산 확대에 따라 2002년부터 무역역조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대중국 수출은 2000년 대비 13% 증가한 30억 달러를 기록한 반면, 수입은 223% 증가한 65억 달러로 무역적자규모가 35억 달러에 달해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
최근 정부연구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한·중 FTA로 양국간 섬유산업의 전면적인 관세철폐시 대중 섬유수출은 2억 불 미만으로 증가하는 반면, 수입은 약 6억 불 수준으로 늘어나 무역적자폭이 매년 4억 불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 바 있다.
한편, 중국내 의류생산설비를 보유하거나 대중 무역흑자를 보고 있는 화섬직물 등 일부업종은 한·중 FTA의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관련 부문의 경쟁우위를 장담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는 상태이다.
중국의 섬유산업은 제12차 5개년(2011~2015년) 계획에 따라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지원, 자본 및 신규설비 투자확대와 중서부 내륙의 값싼 노동력 공급 등으로 양적 성장에서 질적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화학섬유와 산업용 섬유 생산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과의 FTA는 국내 범용제품 이외에 고부가가치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며 나아가 국내 섬유생산 기반을 붕괴시키고 다량의 실업사태를 유발시킬 수 있다.
최근 국내 섬유업계는 섬유 생산 및 수출실적 개선과 더불어 지난해 발효된 한·EU FTA와 3월15일에 발효된 한·미 FTA를 계기로 관련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상태로 한·중 FTA는 이러한 우리 섬유기업들의 성장 모멘텀을 훼손할 수 있는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중국은 섬유원료부터 의류봉제까지 완전생산이 가능한 국가로 최근 ‘유니클로’, ‘자라’, ‘H&M’ 등 글로벌 SPA 브랜드들의 국내 유통시장 잠식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중 FTA로 중국에서 생산된 이들 제품이 대량 국내로 무관세 반입될 경우 국내 패션유통업계에도 심각한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한·중 FTA 협상시 섬유산업을 농업에 준하는 민감분야로 설정하고 개방시 피해 예상 분야에 대한 대책수립과 전략적인 협상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한·EU, 한·미 FTA와의 연관관계도 꼼꼼히 따져가면서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온 FTA 전략을 다시 한번 점검해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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