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正喜의 브랜드와 동양학]망할 때가 되면 고집을 꺾지 않는다
[韓正喜의 브랜드와 동양학]망할 때가 되면 고집을 꺾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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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욕심이 명당조차 바꾸는데
마음 비우고 살기가 어려울 수밖에

‘리움’은 한국 최고의 갤러리다.
남산의 하이야트 호텔 밑 왼쪽 켠에 있다. 명당에다 너무 잘 지어서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다. 이 일대는 주거용 최고 명당으로 손꼽히는 곳으로 재벌 총수, 재력가의 집, 그리고 대사관저 등이 즐비하다.
그런 탓에 다른 어떤 지역보다 사설 경비원과 경호원이 많다.
객관적으로 안전한 동네로 인정받을 만하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귀찮은 것과 불안함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심정이 딴 지역 사람들보다 월등하리라.
그런데 경비, 경호를 아무리 철저하게 해도 얻어맞고 다칠 운이 오면 못 막는다.

얼마 전 이곳을 지나다가 궁궐을 방불케 하는 으리으리한 집의 대문과 정원 손질하는 것을 보고 말을 건넸다.
‘미안합니다만 어느 분 집 입니까?’
‘우리도 몰라요’
기웃거리며 안을 들여다보자
‘왠 관심이냐’며 그냥 가란다. 그래, 쓸데없는 참견 말고 가자. 몇 발작 걸음을 옮기다가 그냥 갈수가 없어 되돌아 왔다.
공사하는 대문을 통해 앞의 큰 건물이 날카로운 비수가 돼 찔러오고 있질 않은가. 재벌이라도 사업실패가 이어질 것이고 심하면 사람이 다칠 수도 있다.
사업을 크게 하면 많은 사람을 먹여 살리는 게 된다. 나라가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이런 사람들이 다치면 안 된다. 욕을 먹어도 할 수 없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 저기 보이는 건물에 얻어맞기 때문에 안 맞으려고 폐쇄적이 되기 쉽다. 과감하게 일을 추진하면 큰 손해를 볼 수도 있고 다치게도 된다>
말을 마치고 뒤 돌아 서는데 ‘재수 없게…등등’ 욕이 쏟아진다.
못들은 체 하고 가면서 큰일 났다 싶어 ‘새봄길, 이태원길’을 다시 한 번 되짚어 살폈다.
명당도 변하는구나.


건물이 들어서면서 변하고 사는 사람이 잘 살다가 집을 고치면서 죽을 짓을 하게 되고 그래서 영원할 것 같던 세력도 못 쓰게 되는구나.
망할 때가 되면 잘 간다고 가는 것이 죽음에의 낭떠러지로 간다.
그러면서 고집을 꺾지 않는다. 절대로 말을 듣지 않는 것이다.

잘 산다는 것은 어떤 삶을 말하는가?
재벌, 대통령의 삶?
종교인의 구도적 삶? 예술가의 정열적인 삶?
착하고 바르게의 모범적인 삶?
희생 봉사하며 사는 삶?
근검절약하며 악착같이 사는 삶?
국회, 경찰, 법원, 군대 등에서 자신의 직분에 충실하게 사는 삶?
안분지족(安分知足)하며 편안하게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사는 삶?
야망, 희망을 목표로 열심히 사는 삶?
이러한 삶들이 나름대로 충분히 잘 사는 것이 될법하다.
그러나 가장 본질적인 것은 자신, 가족, 이웃, 사회, 국민으로서의 본분을 지키며 다른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는 삶이어야 하지 않을까?
친절하고 편안하고 너그럽고, 사랑할 줄 아는 삶, 양보, 이타행하며 비움의 세계를 접할 수 있는 삶이 잘 사는 것이 될듯하다.
많은 이들이 ‘비우고 살기’를 원하나 그게 참 어렵다고들 한다.
그 뿌리에는 영원히 살 것 같고 다 가져야겠다는 과욕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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