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관 작년 모두 헛발질
부실 전망이 위기 키우기도
“뭐하러 경제전망 하나”
정부는 물론 국책·민간 연구기관 등 내노라하는 전문기관들이 내놓은 경제예측을 보면 이런말이 절로 나온다.
최악의 경제 상황속에서 진행방향이나 속도를 예측하지 못하고 오히려 경제위기를 키웠다는 비난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올 성장률 대폭 하향할 듯
지난해 초 주요 전문기관들의 2008년 경제성장률 전망은 4.7~5%수준이었다. 정부가 4.8%로 예상했다가 새 정부 출범 이후 대선공약을 반영해 목표치를 7%로 높였지만 이후 공식발표 때마다 계속 낮췄다.
한국은행이 4.7%, 한국개발연구원(KDI)이 5%, 금융연구원 4.8%, 산업연구원 5.0%, 예산정책처 4.8%, 삼성경제연구소 5.0%, LG경제연구원 5.0%등으로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성장률은 2.5%로 집계돼 전문기관들의 예측치는 모두 크게 빗나갔다.
연구기관들은 올해 성장률 예측 또한 엇나갈 기미가 보이자 수정치를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
KDI는 지난해 11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3%로 잡았다가 두 달만인 지난달 21일 화급히 0.7%로 재조정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전망치 3.2%), LG경제연구원(1.8%), 현대경제연구원(3.1%), 한국경제연구원(2.4%)등도 2~3월에는 대폭 하향조정된 수치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눈치 보며 부실 전망
최근 기상청이 눈이 쏟아진 뒤에 대설주의보를 내려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것처럼 경제연구소들도 한국경제가 바닥으로 떨어진 뒤에야 전망치를 수정하는 등 뒷북치기로 비난을 받고 있다.
민간연구소 고위관계자는 “경제 예측치에 따라 정부의 정책 방향이 달라질 수 있고 경제주체들이 대응방향을 잘못 잡을 수 있다”며 “이런 측면에서 연구기관들이 예측치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예측이 틀리면 사과하고 잘못된 부분을 수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긍정적인 메시지를 원하는 정부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연구기관들이 지나치게 눈치를 본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정부가 경기부양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는 상황에서 찬물을 끼얹는 전망을 내놓기 어려운게 연구소들의 현실”이라면서 “연구소들은 정부 정책의 합리적 제고와 민간 경제 주체들의 예측 가능한 경제 활동을 위해 정부 눈치만 보지 말고 현상황에 맞는 전망치를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