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정말 기가 막힌 일이다. 불과 10년만에 상상하지도 못했던 내 손안의 쇼핑이 가능해지고 온라인 쇼핑몰이 백화점에 역진출하고 있는 이 엄청난 변화를 곱씹어보면 패션이란 그 어떤 것보다 변화에 민감한 산업이다. 올해 국내 온라인시장 매출은 2004년 7조7681억원에서 2014년, 45조3024억원으로 6배 가량 급속 성장했다. 이 중 약 17조 가량은 모바일 쇼핑 플랫폼에서 발생하고 있다. 백화점 혹은 가두상권에서 직접 패션 아이템을 사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던 고객들이 어느 순간 온라인 및 모바일 쇼핑에 눈을 돌린 이유는 ‘편리하다’라는 표면적인 이유도 작용하지만 다양한 콘텐츠와 기획전으로 좀 더 쉽고 부담없이 패션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온라인 쇼핑을 주로 사용하는 10대에서 30대 소비자들은 어떤 옷을 사기 위해 쇼핑을 하는 게 아니라 스토리와 테마에 알맞게 업데이트 되는 신상옷을 구경하고 구매를 결정한다. 필요에 의한 쇼핑이 아니라 감성에 의한 쇼핑이 더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본지는 온라인 시장에서 개성있는 색깔과 아이덴티티로 독자적인 영역을 창출한 쇼핑몰 4사를 집중 탐구했다. 이들은 단순한 판매창구의 역할보다는 패션과 문화를 함께 상생시켜 나가는 혁신적인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실질적인 패션계의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무신사·힙합퍼
“도메스틱 브랜드 각축장…10~20대, 주력 고객”
그랩(대표 조만호)의 ‘무신사’는 연매출 1100억원을 거뜬하게 달성하는 도메스틱 브랜드의 최대 각축장이다. 1800여개의 국내외 브랜드와 시즌에 맞는 아이템 개발, 신진 브랜드의 인지도를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스토리텔링으로 입점문의가 월평균 50건이 넘는다.
에디터들이 브랜드에 맞는 콘텐츠를 제작해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확립하게 조력하는 무신사는 단순히 편집 브랜드라는 개념보다는 신진 등용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커버낫’, ‘모디파이드’, ‘비바스튜디오’, ‘에스피오나지’ 등 현재 인기를 얻고 있는 스트리트 브랜드가 무신사를 통해 내실을 다지고 볼륨 확장에 성공했다. 브랜드 관계자는 “무신사는 패션 브랜드에게 자신만의 콘텐츠력으로 커나갈 수 있게 기회를 주는 곳”이라며 “공간적인 제약이 없어 매출로 브랜드 퇴출여부를 가리지 않는 점이 오프라인 스토어와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무신사는 최근 스토리텔링 홍보 방식에서 벗어나 동영상으로 상품을 소개하는 비디오숍을 오픈하며 다양한 활로를 모색 중이다. 비디오숍은 소비자가 궁금해하는 인기브랜드의 스테디셀러 혹은 시즌 컨셉을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패션 전문가가 직접 호스트로 출연하는 플랫폼이다. 또한 ‘앤더슨벨’, ‘오아이오아이’ 등과 같은 감성 유니섹스 캐주얼을 통해 여성고객 유입률을 점차 늘려나갈 예정이다. 그림그리다(대표 한기재)의 ‘힙합퍼’는 최근 온라인몰 전개는 물론 오프라인 스토어 ‘541 lab(이하 오사일랩)’을 오픈하는 등 문화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는 추세다. 가로수길에 위치한 오사일랩은 셀렉트샵과 카페가 결합된 복합문화공간으로 개성있는 패션 브랜드의 팝업 스토어를 지속적으로 오픈하며 공간을 활용한 콜라보레이션 마케팅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캐주얼 브랜드 ‘펠틱스’와 ‘87MM’ 등 다양한 브랜드가 힙합퍼의 오프라인 공간에서 팝업 행사를 진행했다. 87MM 행사에서는 ‘보통사람, 젊은사람, 10PEOPLE’이라는 주제를 담아 김원중과 박지운 대표의 감성을 엿볼 수 있었다. 얼마 전부터는 향초브랜드 ‘메이든느와르’와 콜라보레이션해 오사일랩만의 특별한 향을 개발하기도 했다. 오사일랩 카페 공간에서 사용하는 머그컵 또한 핸드메이드 도자기를 직접 제작하는 ‘남세라믹웍스’와 합작제작해 디테일 하나도 놓치지 않는 패션컬처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힙합퍼 관계자는 “패션에 관련된 문화와 감성을 놓치지 않는 콘텐츠 구성과 마케팅을 통해 고객과 소통하는 플랫폼을 완성하려 한다”고 말했다.
▶W컨셉
“위즈위드 세컨드에서 당당히 독자노선 확립”
더블유컨셉코리아(대표 황재익)의 ‘더블유컨셉’은 2011년 위즈위드의 세컨드 온라인몰에서 출발해 현재 2000여개의 국내외 유명 디자이너를 보유하고 있는 대형 유통몰 중 하나다. 2013년에는 모바일 플랫폼을 구축해 누구보다 다양하고 특별한 콘텐츠 생성과 디자이너를 양성해 왔다.
더블유컨셉은 그동안 프론트로우, 앤더블유스튜디오 등 자체 개발 브랜드는 물론 희소성있는 패션 액세서리 판매와 프로모션 또한 적극적으로 진행해 왔다. 감성을 중시하는 여성복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살리기 위해 최대한 브랜드의 색깔을 지향한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로 더블유컨셉에서만 볼 수 있는 아이템들을 제작하고 있다.
최근엔 아이에스이커머스(대표 김응수,김응상)가 중국 대표 의류기업 ‘Zhejiang Semir Garment Co. Ltd.(이하 썬마)’와 손잡고 더블유컨셉차이나 모바일 플랫폼을 런칭하며 중국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더블유컨셉차이나는 중국을 전진기지로 두고 아이에스이커머스가 가지고 있는 한국 내 전자상거래 운영 노하우와 썬마의 노하우를 통해 최적화된 모바일 몰로 자리잡을 예정이다. 더블유컨셉 차이나 관계자는 “중국 내 인기가 높은 한류 패션과 코스메틱 상품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모든 재고를 현지로 먼저 이동시켜 배송시간을 최대한 단축한 물류 프로세스를 구축해 경쟁력을 확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더블유컨셉코리아는 더블유컨셉차이나 측에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의 콘텐츠와 마케팅 노하우를 교류하며 전략적인 제휴 관계를 맺어나갈 예정이다.
▶29CM
“감성 담은 라이프스타일 아이템, 여기 다 있다”
29CM(대표 이창우)는 라이프스타일 아이템과 패션 아이템 모두 고유의 색깔을 잃지 않고 전개시키고 있는 똑똑한 쇼핑몰이다.
29CM 모바일 앱은 쇼핑어플에서는 최초로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 2관왕에 등극했으며 2014 앤어워드 그랑프리를 차지한 바 있다. 그만큼 모바일 앱에서만큼은 한권의 매거진을 읽는 듯한 그들의 독특한 감성을 따라올 자가 없다. 웹 디자인 또한 쇼핑몰의 경쟁력을 확립시킨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29CM는 브랜드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온라인몰 중 하나다.
소비자와 고객을 위해 조금 더 나은 브랜드를 만들고자하는 브랜드 운영 철학 때문에 복종을 불문한 다양한 브랜드가 입점하고 싶어하는 셀렉트샵이다. 최근에는 가구브랜드 ‘더띵팩토리’와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나만의 가구를 만들어 주겠다는 모토를 달고 콜라보레이션 프로모션을 진행했으며, 르크루제, 후지필름, 인케이스, 러쉬 등 글로벌 브랜드들과도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해냈다.
또한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와 음악 프로젝트 ‘월간 윤종신’의 프레젠테이션 판매를 통해 문학과 음악이라는 제3의 영역을 다뤄내기도 했다. 프레젠테이션 판매는 상품을 구매조건으로 나열하는 것과 달리 브랜드의 역사와 제품 제작과정, 사용가치 등을 다뤄내는 것을 말한다. 멋지고 착하고 엉뚱한 이십구센티미터의 모토를 실천하기 위해 ‘色다른 브랜드’를 경영 철학 중심에 세워놓은 것. 무채색의 옷에 다양한 패브릭과 장식으로 색을 입혀 더 나은 옷이 되는 것처럼 29CM는 그렇게 잔잔히, 계속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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