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지난 9월28일부로 시행에 들어갔다. 이 법안의 대상기관은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공직유관단체와 각급학교 및 언론사 등 총 4만1000여 곳에 이른다.

이들 4만1000여개 규제 대상을 전수 조사한 결과 섬유패션업계에서 이 법안의 규제를 받는 곳으로 명시된 기관은 DYTEC연구원 ECO융합섬유연구원 한국패션산업연구원 한국섬유개발연구원 한국신발·피혁연구원 한국실크연구원 한국탄소융합기술원 등 약 10여 곳에 못 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출자·출연·보조를 받는 기관·단체가 대부분이다.한국섬유산업연합회를 비롯 한국의류산업협회 한국패션협회 한국섬유수출입조합 등 대부분 단체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 일상적인 업무로 인해 이 법안의 규제를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사람들과 자주 대면하는 관련 단체들은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정부 지원을 받아 수행하는 사업이나 규제 대상인 기관 관계인들과 업무를 볼 때는 대상에 포함된다. 중소기업청이나 중소기업중앙회 지원을 받아 섬유패션 유관단체가 주관하는 해외 전시회에 참가하는 경우에는 엄격하게 김영란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각 단체들이 정부 위탁을 받아 진행하는 각종 통계집계 업무도 이에 해당된다. 행정기관의 권한을 위임·위탁 받은 법인·단체는 공무수행사인의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업무까지 적용할 경우 어느 선까지 규제 대상인지 여부가 애매해 각 단체들은 설령 업무와 연관이 없는 경우라도 가급적이면 저녁 약속은 점심으로 옮기고 식대는 각자 계산하도록 권장하는 등 보수적인 업무 지침을 내리고 내부 교육에 들어간 상태다.섬산련은 법 시행 이틀 전인 지난달 26일 전 직원을 대상으로 관련 사내 교육을 실시했다. 섬산련은 “직무와 관련, 아직은 법 저촉 여부를 명확히 하기 어려운 사례가 많아 (가장) 보수적인 기준을 따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섬유수출입조합은 최근 사내 공지판에 김영란법 전문을 올려 놓고 직원들이 숙지하도록 조치했다. 오는 6일에는 소위 ‘김영란법 10계명’ 위주로 사내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섬수조 이정기 전무는 “섬수조를 포함, 대부분 협회들은 청탁을 하거나 금품을 수수할만한 일이 없어 업무 스타일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익을 목적으로 부정 행위가 주로 몰리는 인·허가 업무가 없어 지금까지의 관행을 따르더라도 별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국패션협회 역시 지난달 22일 사내교육을 실시했고 한국의류산업협회는 부서별 직원 교육을 마치고 조만간 전체 사내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한편 명확한 법 적용에 혼란을 느끼고 있는 현 상황을 반영하듯 김영란법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에는 매일 수백여건 씩 질의가 쏟아지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 홈페이지에는 시행 하루 전인 지난달 27일 185건의 질의가 올라왔고 당일인 28일에는 231건이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