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브랜드 전개권 싸움이 불씨…대백아울렛, 반사효과 톡톡
현대와 신세계 두 유통공룡간 자존심 대결이 각각 패션계열사인 한섬과 신세계인터내셔날(이하 SI)의 대리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이들 기업은 최근 신규 오픈한 대구 대백아울렛 1층 한섬 종합관 입점을 계기로 한층 치열한 다툼 구조를 펼치며 업계 이목을 끌고 있다. 업계는 “과포화 된 대구 상권을 중심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며 “자체 MD를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양사의 치열한 경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장은 대구에서도 열렸다. 지난 14일 오픈한 대백아울렛 1층 한섬종합관에는 타임, 타임옴므, 마인, 더캐시미어, 시스템, 시스템옴므, 에스제이 등 한섬의 간판급 브랜드가 총출동했다. 여기에 최근 인수한 SK패션부문의 오브제, 오즈세컨, 세컨플로어, SJYP까지 가세했다. 뿐만 아니라 럭셔리 수입 편집샵 스페이스M까지 입점해 한섬은 1층 전체면적의 60~70%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규모를 선보였다.
반면 인근에 있는 신세계백화점에는 한국 패션을 대표하는 이들 현대 계열 브랜드의 노골적인 배제가 있었다는 의혹을 감출수가 없다. 대백 아울렛도 상황은 마찬가지. 신세계 계열 브랜드는 거의 입점하지 않았다.
양 대기업의 대립은 자체 MD 확보를 위한 수입 브랜드 전개권의 뺏고 뺏기는 악연에서 비롯됐다. 최근에는 SI가 한섬이 운영하던 끌로에 전개권을 가져가면서 더욱 심화됐다. 이에 앞서 한섬은 과거 SI에 셀린과 지방시를 빼앗긴 경험도 있다. 현대백화점이 수입하던 이탈리아 프리미엄 패딩 브랜드 에르노마저도 SI에서 전개 중이다. SI는 이에 그치지 않고 SK네트웍스 패션부문에서 전개하는 알짜 수입브랜드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는 얘기가 무성하다. 일방적으로 당하던 한섬은 반격에 나서 신규 출점 시 경쟁 계열사 입점을 거부하는 보이콧에 들어갔다는 풍문도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대구백화점은 이들 간판급 패션대기업간 대립으로 반사이익을 톡톡히 챙겼다. 불황에도 브랜드 파워를 과시하며 여전히 승승장구하고 있는 한섬의 로얄티 높은 브랜드들을 대거 입점시켜 프리미엄 이미지를 높인 것이다. 대구 신세계백화점이 진출하자 루이비통, 구찌, 보테가베네타 등 10여개 명품 브랜드 철수로 구겼던 자존심을 회복하는 양상이다.
대백아울렛은 동대구역 인근이지만 접근성이 다소 아쉬운 측면이 있었다. 아울렛이라는 할인 유통 업태라는 점과 라이프스타일 및 차별 컨텐츠로 영리한 생존 전략을 펼쳤다는 평이 높다. 대백아울렛은 14일 오픈 후 현재(20일)까지 호실적을 거두고 있다.
대구 유통 업계는 현 상황이 나쁘지만은 않은 것으로 평가한다. 이곳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대구에 신규 개점이 이어지면서 기존 유통 업체들이 적극적인 조직 쇄신과 서비스 향상, 컨텐츠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며 “고객 유치 및 시장 점유 경쟁이라는 점에서 더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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