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동안 18만 스타일 ‘아카이브’ 구축
표준화·산업화된 장인정신 앞세워
브랜드 태동·성장 이끄는 플랫폼 자임
1987년 창업한 시몬느는 첫해 45억원에서 30년이 흐른 현재 1조1000억원 매출을 올리는 한국 대표 토종 핸드백 제조 글로벌 수출기업으로 전세계에 이름을 떨치고 있다. 시몬느 창립 30주년을 맞아 전 임직원이 해외로 한마음 연수회를 떠나는 6월 28일 하루 전, 박은관 회장을 만났다. 이날 가뭄 끝에 단비가 내렸다. 회사 앞 수변정원과 사계절 푸르름을 자랑하는 소나무는 비를 맞아 촉촉해졌다. 핸드백 경험과 지혜를 담은 5800년 인적 자산과 18만 스타일 아카이브 제품을 품은 시몬느를 닮아 있었다.
박은관 회장은 “올해는 미래 성장동력이 될 신진 브랜드를 지원하기 위한 펀드를 만들 것”이라며 “서울에 뿌리를 둔 100년 가는 글로벌 패션 기업이 나올 때가 됐다. 시몬느 DNA인 제조분야를 더욱 발전시키고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몬느는 봉제업에서 성장은 끝났다고 말하던 1988년 아시아에서 럭셔리 핸드백 제조 첫 걸음을 뗐다. 현재는 전세계 핸드백 시장 10%, 미국 핸드백 시장 30% 물량을 수출하고 있다. 연간 전세계 15개국에서 산 가죽 소재만 1억2000만평(1평=30×30cm)에 달한다. 이중 30~40%는 한국산 소재다. 글로벌 기업 한 곳이 국내 수많은 소재 업체들 활로를 열어주고 있는 셈이다. 시몬느는 지난해 캄보디아공장을 또 하나 지었다. 1991년 중국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베트남으로 이어지는 9개 해외 공장은 총 3만3000명 이상이 근무하는 글로벌 수출의 전지기지다.
-여러 강의에서 기업 경영은 핵심 가치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조업은 블루오션이며 봉제 산업에 기회가 있다고 청년들에게 연설했다. 핵심가치는 무엇이며 왜 제조업(봉제)이 블루오션인가.
“우리의 핵심가치는 ‘최초·장인 정신의 산업화·플랫폼’이다. 시몬느는 1988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미국 럭셔리 브랜드 제품을 생산하는 첫 장을 열었다. 미국 3대 디자이너 브랜드로 창의성이 돋보이는 마크제이콥스(2000년), 상징성이 뛰어난 도나카란뉴욕(1988년), 상업적으로 성공한 마이클코어스(2002년)가 처음 핸드백을 런칭할 때 파트너로 시작을 같이 했다.
-올해 창립 30주년이다. 새로운 성장을 모색하기 위한 청사진은.
“시몬느 창립 첫 해인 1987년 봉제공장은 3D업종 취급을 받았다. ‘봉제 다 끝났는데 왜 막차를 타느냐’며 한계 산업이라는 지적을 들었다. 지금은 글로벌 선두 기업이 됐다. 시몬느는 주로 IDM를 하고 있지만 3~5년 후에는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어 미래 성장 동력 창출에 힘쓰고 있다. 자회사인 시몬느자산운용은 브랜드 M&A를, 시몬느인베스트먼트는 브랜드 인큐베이팅, 0914는 자체 브랜드를 키우는 데 힘쓰고 있다.
- 시몬느는 2015년 0914 자체브랜드를 런칭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한다.
“시몬느는 한국에 정체성을 두고 있다. 국내 디자이너는 역동성과 창의성이 뛰어나다. 글로벌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 파리, 밀라노, 런던 같은 서구적 스타일을 따라할 필요가 없다. 한국에 뿌리를 둔 글로벌 브랜드가 성장할 수 있는 시대다. 한국은 사회적 문화적 국가 성숙도가 높아졌고 지난 30년 동안 디자이너 인재풀도 풍부해졌다. 전세계 럭셔리 브랜드에 한국 디자이너가 없는 회사는 거의 없다.
그는 “아시아 패션업계 시계를 가리키는 말이 있다”며 “동경은 오후 3시. 아직 중요하지만 지는 해다. 상하이는 오전 10시다. 그 해가 언제 클지 모른다. 서울 패션시계는 12시에 있다. 코리아 컬렉션이 가장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패션 저널리스트이자 보그인터내셔널 편집자인 수지 멘키스가 “한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으며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가 나올 때가 됐다. 시몬느가 가장 가까이 와 있다”고 한 말은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