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뮤지컬 '드러머' 소극장 아뮤스에서 24일 공연
장애인사업장에 냉담한 사회...올해 끝으로 공연 중단될지도
지적 장애를 갖고 있는 현주씨는 바리스타가 꿈이지만 가족의 반대로 시도조차 못한다. 같은 이유로 장애를 가진 병필은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만 직장 동료와 가족들은 이런 병필을 철부지로 여기고 관심도 갖지 않는다. 오는 11월 24일 소극장 아뮤스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드러머(Dreamer)'는 장애인에 냉담하고, 각박한 한국 사회에서 고군분투하며 각자의 꿈을 키우는 장애인 3명의 휴먼스토리다. 2015년 '희로애락' 첫 공연을 시작으로 3년간 벌써 4회째로 이어지고 있다. 주인공 3명은 모두 전문 배우가 아니라 실제 봉제공장에서 일하는 정신지체 장애인들이다.
이들은 장애인표준사업장인 (주)세진플러스 봉제라인에서 일하면서 매일 4시간씩 연기에 몰두하며 수개월간 공연을 준비했다. 세진플러스는 극단 '날으는자동차'와 손잡고 장애인들의 아픔을 알리고 이들의 꿈을 지원하는 '4-4프로그램'을 통해 매년 공연을 열고 있다.
'드러머'에 출연하는 장애인 배우들은 "일주일 중 극단에 가는 날이 가장 기다려진다"고 할 정도로 열의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5년에는 서울시 사회적 경제우수기업 융복합 협업사업에서 최우수상까지 받았다. 그러나 이 공연은 이번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열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공연을 후원하는 세진플러스가 있는 장위4구역이 재개발지역으로 지정돼 연말까지 공장을 비워줘야 하기 때문이다. 공장을 이전하려면 경사로를 만들고 장애인용 화장실을 설치하는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갖춰야 하는데 이런 건물을 찾기 힘들어 이들의 일자리마저 위협받는 상황이 된 것이다. 현재 세진플러스 봉제공장에는 24명이 일하고 있는데 이중 11명이 장애인이다. 이 회사 박준영 대표는 "장애인 편의 시설을 갖추려면 억대가 넘어가는 돈을 들여야 하는데 세 들어 운영하는 봉제공장입장에서는 이 비용이 만만치 않을 뿐더러 건물을 사서 설비까지 갖춰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세 들어가 살면서 내 돈 들여 남의 건물에 1억원이 넘는 인테리어 공사를 하기 힘든 것과 같은 이치다. 건물주 허락은 별개 문제.새로 입주할 건물을 찾는 일은 비용 말고도 또 다른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현재 세진플러스에서 일하는 장애인들은 대부분 공장인근에 살고 있는데 이들은 장거리 이동이 어려운 사람들이다. 지금 공장이 있는 성북구를 떠날 수 없다는 점에서 선택의 여지마저 좁아진 것이다.설령 은행 빚을 얻어 건물을 마련한다고 해도 그것으로 다는 아니다. 박준영 대표는 "매년 지원이 나아지고 있지만 장애인 편의시설비 융자 조차 담보를 요구해 봉제공장들이 감당하기에는 벅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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