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SKB봉제공장 한인 소유주, 임금 체불하고 잠적
문재인 대통령, 7일 적극 대처 지시 후 해결 급물살
오늘(14일) 오후 1시부터(현지 시각)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 앞에는 한국계 봉제공장 SKB(PT Selaras Kausa Busana)의 임금체불 및 횡령에 성난 인도네시아 근로자 1200여명이 몰려들어 집회를 열었다. SKB노조 150여명과 한국공장 철수 및 임금체불에 불만을 가진 봉제 노동자들이었다. 이들은 이날 집회에서 SKB의 체불임금 지급과 정부 당국의 책임 있는 사태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에 앞서 베라와티(Verawati) 인도네시아 섬유노조연맹(SPN) 소속 SKB공장노조 위원장은 “SKB를 소유한 한국인 투자자들은 4000여명 노동자들의 임금과 사회보험료를 강탈하고 사라졌다”며 “인도네시아와 한국 정부가 법치주의를 실천해 빼앗긴 임금과 사회보험료를 돌려 달라”는 서한을 발표했다. 그는 한국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에서 “대통령님의 관심은 우리 노동자들을 돕는 것은 물론이고 인도네시아 보통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게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서한은 14일 열린 집회에서 낭독됐다. 국제민주연대 나현필 사무국장은 “SKB 노동자들 임금체불액은 90억 루피아(약 7억원)이며 지불 받지 못한 퇴직금과 해고 보상금은 60억 루피아(약 4억7000만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외신과 국내 언론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인도네시아 노동부 장관이 직접 해결을 촉구해 외교문제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CNN 같은 해외 유력 매체들은 지난 1월부터 이 사태를 보도해 왔다.
사태의 전말은 2018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업인권네트워크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베카시(Bekasi)에 있는 한국계 의류공장 SKB의 김모 사장은 작년 8월 총 50억원 이상의 돈을 챙겨 달아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장 노동자 3000여명은 5개월이 넘도록 시위를 벌였지만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베라와티 위원장은 “장시간 노동, 저임금, 형편없는 에어컨과 환기시설, 끔찍한 식당과 식사 등은 한국인 투자자들이 소유한 봉제공장에 공통된 것들”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국대사관이나 한인상공회의소(KOCHAM)와 한국봉제협의회(KOGA) 같은 한국 경제인 단체 그 누구도 우리말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결국 이번 사태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조국 민정수석에게 문제 해결을 지시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재인도네시아 한인상공회의소(KOCHAM)과 한국봉제협의회(KOGA)는 이번 사태가 현지 한인기업의 이미지 훼손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인도네시아 노동부와 협의하며 해법을 모색 중이다.
다수 언론에 따르면 SKB 사태는 언급된 김모 사장과 또다른 전임 김모 회장이 소유권을 두고 소송을 벌이던 중 발생했다. 인도네시아 현지 법원은 오늘 중 소유권에 대한 1심 선고가 내려질 것으로 알려졌다.
/정기창 기자 [email protected]
/최정윤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