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루소’ 장광효, ‘송지오 옴므’ 송지오, ‘D.GANT’ 강동준 ‘비욘드클로젯’ 고태용, ‘뮌’ 한현민은 대한민국 대표 남성복 디자이너로 역사와 계보를 잇고 있다. 이들은 남성복 디자이너를 꿈꾸는 신진들의 멘토이자 서울컬렉션에서 수준높은 글로벌 감각으로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제로웨이스트를 실천과 ‘불후의 명작’을 보여주는 임선옥 디자이너가 서울컬렉션에 컴백한 것은 많은 디자이너에게 차기시즌 참가에 대한 독려의 느낌으로 다가왔다.
언제나 정답인 윤춘호, 차분한 내공으로 지속 성장가능성을 보여주는 조은애, 서울패션위크의 다양성을 입증해 줄 최충훈, 김지만의 무대는 다음시즌을 기대하게 한다. 무엇보다 내셔널브랜드사의 대표이자 디자이너인 명유석은 미니멀의 쿠튀르화를 향한 노력의 결과를 여실히 보여줬다.
서울패션위크의 제너레이션넥스트 무대를 착실히 수행하고 본 궤도에 진입한 김주한 디자이너 등 신진들의 지속성을 기원한다. 궁금하고 기다려지는 다수 디자이너들의 결석이 아쉬운 2019F/W서울패션위크. 그 가운데 K 패션의 자존감을 지키는 컬렉션을 리뷰해 본다.
장광효 카루소는“요리사가 주어진 재료로 다양한 요리를 하듯 디자이너로서 매 시즌 식탁에 음식을 차려 손님을 초대하는 마음으로 컬렉션을 해 왔다”면서 “주어진 재료로 다른 결과물을 낼 수 있는 점에서 둘은 서로 다르면서도 같다”고 시즌 컨셉 설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밝은 컬러와 감각적 스타일, 새로운 디테일, 완벽한 수트 라인은 장광효 카루소 컬렉션의 기본. 이미 시그니처가 돼 버린 전통적 요소의 모던한 해석,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장광효식 디테일이 녹여진 의상들이 감동으로 다가왔다.
요리사의 상징인 앞치마와 접시를 모티브로 정형화된 요리사의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아트적 재해석을 한 의상들은 패션피플들로부터 주목받았다. 2019F/W 카루소 컬렉션은 장광효만의 손맛으로 요리된 의상들로 다음 시즌의 식탁을 기대하게 했다.
송지오 옴므는남성답고 세련되고 마초적인 향기를 풍긴다. 아이코닉한 블랙 수트를 시작으로 남성의 관능미, 예술적 감각의 디자이너 남성복을 선보여 온 ‘송지오 옴므’. 송지오 디자이너는 매시즌 직접 그린 미술작품을 의상에 접목해 아티스트 남성복의 선두주자로 손꼽힌다.
이번 컬렉션은 열망에 대해 이야기했다. “브랜드가 이어온 특유의 관능미, 우아함, 예술적 분위기를 열망이라는 주제에 맞게 재해석한 의상을 제작했다”고 설명한다. 첫 번째 모티브는 튤립대공황(Tulpenmanie)이며 아름다움에 대한 열망이 성공에 대한 열망과 변질된 대표적인 사건. 이런 모티브는 스웨트 셔츠에 나열된 레터링, 매혹적인 튤립 옐로 컬러, 곳곳에 숨긴 레이블까지 다양한 디테일로 표현됐다.
두 번째 모티브 캣 피플은 사랑을 향한 열망을 에로틱하면서 공포스럽게 표현한 영화에서 비롯됐다. 흑표범으로 변하는 여주인공 이레나처럼 캣 피플의 모티브는 사랑이라는 원초적 열망을 표현하고자 했다. 매 시즌 송지오 옴므 런웨이를 달구는 차승원, 배정남 등과 개성 넘치는 모델들, 분위기 연출까지 완성도 높은 패션쇼로 늘 그렇듯 만족도가 높다.
강동준 ‘디그낙(D.GNAK)’ 패션쇼는 마니아들이 기대하고 기다린다. “루즈한 실루엣의 한국 전통 남성복과 서양의 테일러링을 접목해 특유의 무채색과 혁신적 실루엣, 트위스트 된 디테일이 돋보이는 컬렉션”으로 전문가들은 늘 호평한다.
이번 시즌 디그낙은 공존(COEXISTENCE)을 컨셉으로 동,서양의 문화와 문자, 전통문양을 하나의 컬렉션에 담아냈다. 양장원단과 데님원단을 함께 사용한 디그낙 특유의 테일러링 자켓은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와같이 소재부터 각각의 다른 요소들이 어우러져 하나의 의상을 완성했다. 테이프를 이용한 입체적 표현방식, 오리가미(종이접기식) 기법에서 따온 디테일, 구조적 절개 기법은 그가 지향하는 Popular Avant-gard의 실현 도구로 ‘공존’과 맥락을 같이 했다.
고태용 ‘비욘드클로젯’의 이번 컬렉션은 네이비(NAVY)를 테마로 올해 새로 선보일 레이블에 대한 프리뷰 형태로 지향했다. 클래식한 컬러 네이비에서 영감받아 변치않는 오리지널리티, 아메리칸 프레피 컬쳐에 집중하고자 했다.
네이비의 각 철자를 활용 ‘소중한 나날들로 이뤄진 새로운 아카이브’의 의미를 부여하고 최고의 순간들을 회고하고자 했다. 미국 캐릭터 ‘세서미 스트리트’와 콜라보레이션한 쇼피스들도 소개됐으며 클래식한 디자인에 위트있는 디테일이 두드러진 착장들이 런웨이에 올려졌다. 베이직 실루엣 코트에 나일론 퍼 후드를 더하는가 하면 클래식한 패턴이 프린팅된 패딩 베스트 등 뉴 클래식 아이템들이 함께 등장했다.
한현민 ‘뮌’은‘낯설게 하기’라는 철학을 매 시즌 컬렉션에 녹여낸다. 이번 시즌 테마는 ‘개화(開花) 개화(開化)’였다. 묘하게 감각적이고 독창적인 테일러링을 기본으로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뮌’ 패션쇼는 디자이너의 내공과 오랜시간의 고뇌가 런웨이에서 꽃 피워져 감동으로 전달됐다.
서로 다른 소재와 이질적 패턴방식의 서양복식과 한복이 어우러져 전혀 어색하지 않는 글로벌 감각의 세련미를 창출했다. 소재와 봉제, 패턴, 스타일 등에 고정관념을 두지않고 ‘뮌’만의 꽃을 만개한 느낌을 선사했다.
뮌의 브랜드 철학처럼 봉제의 방법과 순서, 패턴의 조합, 디테일, 텍스타일, 실루엣 등에서 새로운 룩을 제안하고자 하는 한현민 디자이너의 의지가 런웨이에서 실현됐음은 말할 나위 없다. 서울패션위크에서 주목되는 신진 중 대표적으로 ‘데일리 미러’의 김주한 디자이너가 손꼽힌다.
김주한의 ‘데일리미러’는매니시한 남성미와 페미닌한 여성미의 중성적 부분을 조화시키고 있다. “현시대적 트렌디한 흐름을 반영하고 데일리 미러만의 색깔로 새로운 미니널리즘을 추구하고자 한다”고 브랜드 전개 방향을 설명한다.
김주한의 ‘데일리 미러’는 안정된 패턴과 구조적 실루엣이 강점이다. 또한 구조적 실루엣속에 반전과 디테일을 과하지 않게 드러내면서 시선을 머무르게 한다. 확고한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끈기, 기본기로 신진답지 않게 완성도 높은 컬렉션을 선사했다.
임선옥 ‘파츠파츠’는 제조공정에서 제로웨이스트를 목표로 하는 브랜드다. 2019F/W에는 ‘드레스 업 네오프렌, 드레스 다운 네오프렌’을 시즌 컨셉으로 시그니처 유니폼을 같은 공간에서 다르게 해석되는 착장을 제시했다. 아무나 흉내낼 수 없는 임선옥 디자이너 특유의 간결함, 미니멀 실루엣이 주는 미래지향적 테크가 접목된 의상들이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임선옥 파츠파츠의 아카이브 컬렉션 중에서 주요 아이템인 유니폼 셔츠의 바리에이션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다양한 스타일 해석의 예시를 보여줬으며 2017년 웨어 그레이를 시작으로 그레이 무드와 블랙, 화이트, 레드, 베이지 컬러 바리에이션이 일과 삶, 회화적 장면을 연출하고자 했다. 화장기 없는 얼굴, 헤어스타일, 기교를 부리지 않는 모델들의 캣 워크가 간결함이 주는 무언의 힘을 표현했다.
윤춘호 YCH 컬렉션은 매 시즌 기대감을 갖게 한 퍼포먼스는 없었으나 고유 아이텐티티를 표출하기엔 충분했다. 데뷔와 동시에 서울패션위크에 긍정적 파장을 발산해 온 윤춘호는 이번 시즌 매력적인 커머셜 상품들에 시선을 머물게 함으로써 대중과 밀착 호흡했다.
이탈리아 ‘라 디모라 디 메텔로(La Dimora di Metello)’호텔에서 영감을 받아 직선적 건축물의 외벽과 기존에 동굴이었던 내부의 자연적 아치 형태를 구조적 실루엣으로 보여주고자 했다.
건축물에서 보이는 테라조(Terrazzo) 텍스처를 패브릭과 패턴으로 표현했다. 역사적 모습을 간직한 채 현대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마테라의 모습을 동시대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는데 이는 와이씨에이치가 클래식을 베이스로 펑크, 페미닌한 요소를 가미해 트렌디를 추구하고자 하는 본질과 맥락을 같이 한다.
최충훈 두칸(DOUCAN) 컬렉션은 서울패션위크 2번째 무대만에 확고한 이미지로 각인됐다. 서울컬렉션의 다양성을 대변하게 된 두칸은 디자이너의 오리지널 판타지 감성이 그래픽으로 재해석된 독특함을 과시한다.
이번 시즌 역시 시간과 컬러, 패턴, 실루엣까지 다양한 감성이 묘하게 뒤엉킨 ‘Mixed’를 컨셉으로 화려하고 역동적 무대를 선사했다. 첫시즌 강렬한 인상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켰다면 이번 시즌은 깊어진 색감과 로맨틱한 디테일과 장식, 그리고 스타일링이 보다 세련되고 정리된 느낌을 줬다. 무엇보다 정체성이 확실한 ‘두칸’의 차기 시즌 런웨이가 기대된다.
조은애 티백(TIBAEG)은 로맨틱하고 따뜻한 느낌으로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소프트한 감성과 다채로운 색상을 가진 컨템포러리를 지향하는 디자이너 브랜드로서 차분하지만 확실한 힘을 보여줬다.
데님과 망사, 오간자를 믹스한 페미닌하고 캐주얼한 룩, 포근한 구름과 자연, 기하학 패턴은 재활용 폴리에스터 소재에 프린트돼 사랑스런 기운을 풍겼다. 구름이 가득한 푹신하고 부드러운 느낌과 빛과 함께 로맨틱한 색깔을 만들어 낸 ‘티백’은 다음시즌 어떤 색을 우려낼지 궁금하게 한다.
김지만 ‘그라피스트 만지’는역동적이고 유니크하고 위트 넘치는 무대를 선사했다. 반항적이고 엄청난 에너지가 잠재돼 있는 이 시대 아티스트의 감성을 컬렉션에 담고자 했다. 다양한 오버사이즈드한 의상들과 레더, 니트 등의 새로운 라인들로 지난시즌보다 아이템이 다채로워졌다.
면 소재의 한정적 사용에서 확장해 다양한 컬러와 소재의 활용, 깔끔한 텍스트 위주의 자수 그래픽으로 포인트를 주는 등 역량을 발휘했다. 그라피스트 만지의 무대는 펑키하고 어둡지만 풍자와 위트가 더해진 헤어와 메이크업, 연출, 모델들의 반항적 워킹까지 어우러진 종합예술장르를 맛보게 했다.
명유석의 세인트밀(SAINT MILL) 디자이너로서의 미니멀 라인을 쿠튀르로 승화시키고자 하는 고뇌와 노력이 느껴졌다. 이번 컬렉션의 컨셉은 인디펜던스 프리덤(Independence Freedom)으로 해체와 조합, 흩어지고 나뉘며 쪼개지는 과정에서 합체되고 하나되는 유니언에서 영감을 얻었다. 순모원단에 핸드메이드 이중직 기법을 응용, 이너, 아우터 모드 핸드메이드로 제작했다.
우아하고 엘레강스한 마인드를 기본으로 디테일 한 부분마다 액센트와 포인트를 주는 세심함을 보였으며 네오 오버사이즈한 의상들은 여성의 자유와 멋스러움을 배가시켰다. 모든 착장 옆선 봉제를 트고 단추 스냅, 지퍼등으로 열고 닫을 수 있도록 하는 배려도 잊지않았다. 새로움 가득한 정교한 커팅과 세련미 더한 의상들의 퍼레이드는 패션피플들을 감동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