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의규 TFJ글로벌 대표 - 지표면의 71% 물을 극복하는 기술 ‘블루로지’…新발수가공의 세계
■ 진의규 TFJ글로벌 대표 - 지표면의 71% 물을 극복하는 기술 ‘블루로지’…新발수가공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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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물질로 C0계열 친환경 기술 개발
화섬에서 면, 캐시미어까지 완벽한 기능 구현
우리가 사는 지구표면의 71%는 물로 덮여 있다. 당연히 지구위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은 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물은 생명이지만 온갖 유해세균 번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섬유는 기본적으로 물을 빨아들이고 머금는 성질, 즉 친수성(親水性聚氨酯)을 가진 대표적 물질이다. 섬유소재 기능성의 발현은 바로 이 물을 어떻게 분리하고 내보내느냐는 원초적 질문으로부터 시작된다. TFJ글로벌 진의규 대표는 이런 화두에 매달리며 20대 청춘을 발수기술 개발에 온전히 바쳤다고 말한다. 2015년 설립된 TFJ글로벌은 천연물질을 이용해 세계 최초 비불소(C0) 발수가공 기술인 ‘블루로지(BLUELOGY)’를 상용화한 토종 섬유 스타트업이다. 기존 발수제가 코팅으로 원단 표면을 감싸는 방식이었다면 블루로지는 여기서 나아가 원사 자체를 한올한올 코팅하는 공법으로 진화했다. TFJ글로벌은 2017년까지 연구개발을 끝내고 작년부터 영업에 들어갔다. 올해 매출은 작년보다 10배 가까이 늘어난 22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진의규(오른쪽 끝) TFJ글로벌 대표와 그의 부친인 진성인 엣지블루 대표(바로 옆). 전략적 협력을 다지고 있는 일본 모리린 관계자들.
진의규(오른쪽 끝) TFJ글로벌 대표와 그의 부친인 진성인 엣지블루 대표(바로 옆). 전략적 협력을 다지고 있는 일본 모리린 관계자들.

-블루로지는 왜 친환경 기술인가.
“핵심은 천연물질과 가공방법이다. 일반적인 발수가공은 과불화탄소화합물(PFC) 계열 약품과 파라핀 실리콘계 가교제를 쓰기 때문에 환경 유해물질이 나온다. 블루로지는 비불소와 천연물질을 용제로 사용하는 C0(씨제로) 계열이라 34종에 이르는 PFC가 전혀 검출되지 않는다.

원료 물질이 어떤 것이라고 밝힐 수는 없다. 비밀 보호를 위해 특허도 신청하지 않았다. 이전까지는 표면에 도포하는 방식이었는데 우리는 원사를 강화하는 쪽으로 연구했다. 그러다 보니 약품을 찾는 경로가 아예 달랐다.”

-가공 방법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면.
“세탁기에 세제를 넣고 빨면 얼룩이 없어진다. 세탁기 원심력을 이용해 위사와 경사에 세제가 들어가 얼룩을 빼는 원리다. 우리는 이 원심력을 극대화해 약품을 원사 사이사이에 골고루 침투하도록 힘을 가한다. 대형욕조가 돌아가는 것을 상상하면 쉽다. 큐어링(curing) 과정도 있다. 천연물질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가공방법은 특허로 보호받고 있다.”

-블루로지는 일본에서 먼저 기술과 상품력을 인정받았다.
“일반 화학섬유나 면은 물론 심지어 캐시미어 같은 소재에도 발수가공이 가능하다. 캐시미어의 경우 10회 세탁 후에도 세탁견뢰도 5급이 나왔다. 세탁이 잦지 않은 값비싼 소재라는 점을 감안하면 옷 수명이 끝날 때까지 전혀 영향이 없는 것이다.

일본에서 특히 관심을 갖는 부분은 가공 후에도 옷의 터치감이 살아 있다는 점이다. 원단 표면이 아닌 원사 자체를 코팅하는 공법이라 캐시미어의 경우 기모 한올한올이 그대로 살아 있는 느낌을 준다. 일본의 여러 소비재 기업이 1년 넘게 테스트 중인데 지금까지 모두 우수한 결과를 얻었다. 일본의 글로벌 소재기업 T사와의 비교 테스트에서는 우리 제품 성능이 더 좋은 것으로 나왔다. 일본 기업들은 차별화 섬유소재 가공이라는 점에서 블루로지를 주목하고 있다. 올해초 진행된 우리나라 해군 특수부대 UDU(Underwater Demolition Unit) 군복 테스트에서도 우수 판정을 받았다.” 일본 섬유종합상사인 모리린(Moririn)은 지난 6월 12~13일 양일간 도쿄에서 ‘2020 SS 수주상담회(Moririn 2020 Spring & Summer Exhibition)’를 개최했다. 모리린의 전세계 바이어 200여명이 참석한 이날 수주회에서는 블루로지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TFJ는 쇼케이스도 함께 열었는데 이날 주문이 쏟아져 오더 대응이 불가능할 정도였다고 한다. 폭발적인 반응에 모리린은 10여명으로 구성된 블루로지 전담팀을 꾸렸고 도쿄(패션 등 완제품) 및 오사카(소재 등 원단) 사업부문의 총괄상무가 지휘봉을 잡았다. 모리린은 작년 1053억엔(약 1조1400억원) 매출을 올린 섬유전문 종합상사다. 업력이 350년을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유서 깊은 기업이다.
지난 6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모리린 ‘2020 SS 수주상담회’ 모습. TFJ글로벌 부스 앞에 많은 바이어들이 모여 블루로지 기술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 폭발적인 반응에 모리린은 10여명으로 구성된 블루로지 전담팀을 꾸렸다.
지난 6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모리린 ‘2020 SS 수주상담회’ 모습. TFJ글로벌 부스 앞에 많은 바이어들이 모여 블루로지 기술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 폭발적인 반응에 모리린은 10여명으로 구성된 블루로지 전담팀을 꾸렸다.

-일본 모리린(Moririn)과의 투자 및 전략적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고 들었다.
“약 200억원 규모의 투자 상담이 진행 중인데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이다. 원래 6월 중 마무리될 것으로 봤는데 투자금액을 늘리고 해외 합작공장까지 대화가 진전되면서 시간이 걸렸다.

모리린은 재무에서 영업까지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고 블루로지를 고어텍스에 버금가는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원단 수입이 많은 중국에 합작공장을 세우는 쪽으로 방향이 잡히고 있다. 인도에서도 러브콜이 들어온다. 인도는 전세계에서 대단위 청바지 공장이 가장 많은 곳이다. 캐시미어 산업도 발달했다. 청바지는 가공이 까다로우면서 환경 오염도 심한 품목이다. 청바지에 발수 가공을 하면 색이 빠지지 않아 문제인데 우리 기술을 접목하면 자연스러운 색상을 살리면서 유해물질도 나오지 않아 크게 관심을 받고 있다. 인도에 공장을 차리자는 제안도 많이 온다.”

-글로벌 관점에서 시장 접근 전략은?
“고가는 원단에서 의류, 발수가공까지 한국에서 하고 저렴한 원단은 중국이나 베트남 같은 현지 공장에서 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실크, 울 같은 고가 상품은 국내에서 생산한다. 해외는 한국에서 생산한 약품을 수출해 현지 공장에서 가공하는 식이다. 원단이나 봉제는 국내 생산이 비싸지만 여기에 블루로지 기술을 입히면 고부가상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대구, 경기북부의 섬유기업들과 글로벌 공급체인망을 구축해 함께 해외시장을 개척할 생각이다. 섬유산지인 대구는 가격 경쟁력이 밀려 수출이 줄고 있는데 부가 가공을 통해 상품 가치를 올리면 충분히 해외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고 본다. 최근 진주 실크 기업과 20여 샘플을 개발해 일본에 제시했는데 오더가 임박한 아이템도 있다.”

-국내에서는 찾기 힘든 하이테크 섬유소재 스타트업이다. 목표는?
“앞으로 국내에 많은 스타트업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본다. 그런 기업, 기술과 협업해 새로운 시장을 열고 싶다. 발수는 옷에만 쓰이는 기술이 아니다. 최근에는 풍력발전에 쓰이는 블레이드(날개)에 발수기능을 입히자는 제안이 들어왔다.

블레이드 표면에 얼어붙은 물은 진동으로 인한 기계 고장의 원인이 된다. 이처럼 진동 또는 외부 요인에 민감한 모든 물품에는 우리 기술이 필요하다. 블루로지는 오염물질을 밀쳐내는 초소수성이 극대화돼 있어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다. 블루로지로 발수가공 된 원단에 물방울을 떨어뜨리고 측정하면 소수각이 140도 이상 나온다. 완전히 동그란 형태의 물방울 소수각을 180도로 보는데 각도가 높을수록 원형에 가까워진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물과 관련이 있다. 탄소섬유 의류, 전도사 발수가공 등 응용분야가 무궁무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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