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하늘’은 2013년 설립 후 매년 300%씩 성장하며 연 60억 매출을 올리는 국내 1위 여성 속옷 쇼핑몰이다. 여성의류에서 코스메틱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임블리는 연 1700억원 매출을 올리며 라이징 스타로 주목받은지 오래다.
요즘 나이와 성별을 가리지 않고 대한민국 국민을 열광시키는 ‘펭수’도 인플루언서 커머스 사례로 볼 수 있다. 이들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같은 SNS 콘텐츠를 기반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이제는 개인간 일대일 거래를 넘어 시장 판도를 바꾸는 게임체인저로 부상하고 있다.
인플루언서 커머스 시장이 날로 팽창하고 있다. 그러나 거침없이 성장하던 인플루언서 커머스 스타 기업들이 최근 소비자 신뢰를 잃으며 시장의 역풍을 맞아 논란이 되고 있다. 애슬레저 브랜드 안다르는 작년 7월 사내 성추행 문제가 불거져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여기에 부당해고 문제까지 겹쳐 지난 1월 두차례에 거쳐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이 발표됐다. 위에 언급된 하늘하늘, 임블리 역시 유사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퇴사율 90%’, ‘곰팡이 호박즙’ 같은 오명은 물론이고 학교폭력 시비 등 논란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과연 이들 기업에는 어떤 일이 일어난 걸까? 원인은 무엇이고 올바른 대처 방법은 무엇일까?
■열성적 지지층만 믿고 사회적 가치 정립에 실패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본질은 한국 사회 소비 주도층인 MZ(밀레니얼·Z) 세대가 중시하는 윤리경영과 공정성을 도외시한데 있다고 입을 모은다. 팬덤(fandom)을 형성한 열성적 지지층만 믿고 기업의 사회적 가치 정립에 실패한 사업자들이 낭패를 당한 경우라는 것이다.
고려대 경영학과 이장혁 교수는 “인플루언서는 신뢰를 바탕으로 인기를 얻었고 이를 통해 부를 창출한다. 소비자들이 돌아서는 건 그들의 이율배반적인 행동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온라인은 구매결정에서 배송까지 모든 단계가 신속하게 이뤄진다. 문제가 생겼을 때 역시 그만큼 빠르게 대응해야 하는데 즉각 대응을 못하고 문제가 어디서 왔는지 파악하는데도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인플루언서경제산업협회 김현성 회장은 “콘텐츠를 생산하는 인플루언서와 팔로워 및 구독자는 상품을 판매하는 순간 판매자와 소비자로 전환되고 권리관계가 생긴다”고 말한다. 인기인과 팬의 상호작용에서 나아가 한단계 높아진 책임과 권리의 비즈니스 관계로 접어들었을 때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기업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철저한 자율적 윤리경영 필요
인플루언서 커머스 기업들이 사업을 확장할 때 경영관리 역량을 키우지 않으면 유사한 사례들이 반복될 것이라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다.
서울대 경영대학원 이동기 교수는 “인플루언서 기업은 사업 초기 단계부터 객관적인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 경영을 파악하고 파트너와 협업을 통해 종합적인 사업 시스템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인 존중 문화가 강한 Z세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인플루언서 커머스는) 더욱 철저한 공익성과 윤리성을 요구하고 있다”며 “디지털 생태계는 자율적 윤리경영이 뒷받침돼야 건전한 생태계로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홍익대 광고홍보대학원 성열홍 교수는 “팔로워가 늘고 규모가 커진 인플루언서 커머스 기업이 기존 제도권으로 들어오면 여러 규제에 얽매이면서 이전에 갖고 있는 이점을 잃게 된다”며 “소통방법은 인플루언서 방식으로, 나머지 시스템은 기존 회사 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으로는 블랙컨슈머가 오히려 대중 인기를 기반으로 하는 인플루언서 커머스 기업을 악의적으로 위협하는 경우도 있어 상호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현성 회장은 “인플루언서 시장은 법률적으로 보호받기 힘든 유통 형태다. 소비자와 생산자, 유통을 보호하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들 당사자들이 모두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미디어커머스 기본법을 만들어야 앞으로 디지털 경제 성장을 지속해 나갈 수 있다”며 정부 역할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