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패션시장은 지난 2월까지 큰 문제없이 정확히 매년 두시즌마다 내놓는 새로운 상품으로 소비자들 관심을 끌어왔다. 각 패션브랜드는 그들의 신상품을 웹사이트에 수시로 업로드하고 SNS를 꾸며 대며 팔로어 수를 늘려 소비자들을 온오프라인 스토어에서 쇼핑하도록 설득하는데 집중해 온 것이다. 이렇게 매년 정확한 스케줄에 의해 움직이던 패션 시스템은 요즘 세계의 모든 사회, 경제구조와 마찬가지로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
지난 2월 중순경부터 이탈리아의 밀라노 인근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유럽이 큰 불안과 충격속에 살아온지 어느덧 50여일이 지났다. 밀라노 패션위크 기간 중 시작됐던 바이러스 전염이 확산되면서 이탈리아 정부는 물론이고 이탈리아 북부의 모든 지자체들은 큰 혼돈속에 빠지기 시작했다.
이들은 혼란을 진정시킬 의료 대책들을 내놓기 전에 움츠러들 경제를 먼저 걱정하며 경제활성화를 위한 여러 마케팅을 제시하는가 하면 SNS를 통해 시민들 설득하기에 나섰다. 그런 나머지 많은 시민들이 방심한 채 인파속에서 해피아워를 즐기는 등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사람들의 거리속 모습이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심지어 진행되고 있던 비즈니스로 인해 수많은 중국과의 인적교류를 지속해 오던 여러 기업을 포함한 산업체들이 지자체를 설득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이탈리아 북부지역 폐쇄계획을 완전 100% 폐쇄가 아닌 자신들의 산업체가 계속 가동될 수 있는 방향으로 결정하도록 다양한 방법을 모색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안이한 초기 대응은 코로나19가 언제 어떻게 확산되기 시작했는지 알 수 없는 이탈리아 북부지방을 더 큰 위험 속으로 내몰았다. 그리고 이런 몇몇 요인들은 4월 8일 현재 거의 1만7000명이 넘는 무고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주된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렇게 3월 말경 미국에서 코로나19가 급한 속도로 확산되기 전까지 이탈리아의 전염상황은 전세계의 걱정거리로 연일 새로운 소식을 쏟아냈던 것이다. 이런 사태가 2월 중순부터 4월 현재까지 이어오며 식료품과 의료품 구입을 제외한 모든 외부 활동이 금지된 상황이다.
한편 산업체와 기업들은 스마트 워킹 체제로 대부분 재택근무를 선택했다. 하지만 생산업은 사실상 절반 넘게 멈춰 선 상태로 볼 수 있다. 섬유의류 생산업체 가운데 의료용 의복이나 마스크 관련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현재 풀가동 하고 있고 이들은 긴급 의료 상황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확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탈리아 경제 각 분야에서도 현재 상황을 분석하며 다양한 대책을 찾고 있는 모습이다. 밀라노 패션위크는 전 세계 패션 시스템 일정 중 대표적인 행사로 수십만명의 관련 인사들을 움직이게 한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가 심각한 요즘, 여행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이를 감안해 이미 알려진 대로 6월 19~23일간 진행 예정이었던 남성복 패션 주간은 9월에 있을 여성복 패션위크로 연기됐다.
또 6월 예정이었던 피티워모(PITTI UOMO) 등 피렌체에서 진행되는 피티의 모든 전시는 9월 초 이후로 연기될 것이라는 발표도 있었다. 한편 각 브랜드들은 다음 시즌을 준비하며 닥쳐올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여러 방법을 모색 중이다. 실제 아르마니(Giorgio Armani) 프라다(Prada) 구찌(Gucci) 등 대기업은 통 큰 기부와 함께 치료법 개발을 지원하며 마스크나 의료복 생산을 주 목적으로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달리 중소기업들은 훨씬 어려운 상황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일차적 필수품목 생산만 허용되는 비상 상황 속에서 이후 의류 생산라인이 큰 폭으로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자체 생산라인을 겸비하지 못한 중소 브랜드나 많은 신진 디자이너들이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줄어든 주문량과 크고 작은 경제적인 고충으로 인해 어려운 시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탈리아 중앙 정부는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지난 4월 6일 저녁 4000억 유로, 한화로 530조원에 이르는 기업 대출의 국가 공공보증을 공식화했다. 최대 80만 유로 상당의 대기업 대출부터 개인사업자를 위한 최대 2만5000유로까지 모든 기업은 국가 보증하에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6월의 남성복 시즌을 9월로 연기한다는 결정이 나기 전, 이탈리아 패션계 전문가들은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두고 의견을 한데 모았다. 그 중 잠시나마 많은 사람들을 혼동 속으로 몰아넣었던 의견 중 하나는 이탈리안 바이어 챔버의 회장 프란체스코 톰볼리니(Francesco Tombolini)의 아이디어다. 리테일 스토어들 입장을 대변해 2020 SS 제품을 2021년 봄부터 판매하거나 정상화 후 7월 초순경 곧바로 있을 바겐세일을 미루자는 제안이었다.
패션샵들이 정식 시즌 매출 없이 세일을 감행해야 하는 어려움을 감안해 나온 걱정이었지만 코로나19 같은 초유의 사태 이후 경제력이 대폭 약해진 소비자들을 고려하면 세일 기간을 연기하는 것 또한 시장과 현 상황을 배려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입장차로 보였다. 이처럼 전문가들이 쏟아내는 수많은 아이디어 속에서도 현 사태 이후 벌어질 상황을 100% 예상할 수 없는 것이 오늘 전세계의 현실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