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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가 끝나갈 때쯤, 옆 테이블에서 조용히 혼술을 하시던 노신사 한 분이 테이블로 다가와 소주 한 병을 건넨다. 한눈에 봐도 글을 다루는 분이다.
“계산은 제가 하였으니 편하게 드십시오.” 한마디 말을 남기고 홀연히 가게를 나간다. 그런 곳이다. 서울식품은. 옆에 누가 있든 아무도 신경 안 쓰지만 모르는 사람이 건네는 술 한병에도 부담 없는 정감이 느껴진다.
보기와 다르게 이 곳은 태반이 젊은 사람이다. 찐 노포로 소문이 나면서 대낮에도 20대 젊은 남녀가 혼자 또는 여럿이 스스럼없이 찾아온다. 운 좋으면 영화나 티비에서만 보던 여배우나 연예인을 만나는 기회가 어렵지 않게 온다.
취재를 허락한 서울식품은 주인은 “2004년 인수해 지금까지 운영해 오고 있다”고 말한다. 후미진 을지로 골목골목을 조금만 걸으면 70~80년대 예스러운 정취를 고스란히 간직한 노포를 볼 수 있다. 다만 처음 오는 손님은 가게 입간판에서 잠시 멈칫할 수 있다.
서울식품 상호가 붙은 가게는 간단한 음식을 조리하고 과자를 파는 여느 동네 구멍가게 모습이다. 여기서 주문을 하고 바로 옆 1층 높이 정도 되는 계단을 올라가면 입구에서부터 떠들썩한 소음이 들린다. 빈자리 아무 곳에나 앉으면 된다. 주인께서 알아서 음식을 가져다 준다. 그 외는 모두 셀프다.
이곳 시그니처 메뉴는 부추전(5,000)이다. 가격만 보고 맛을 상상하는 사람은 반드시 후회하게 된다. 대여섯명이 와서 배 터지게 먹어도 10만원 넘기가 어려울만큼 착한 가격은 분명 이 곳만의 매력이다. 배가 부르면, 다시 가게로 가서 새우깡 하나 집어오면 된다. 물론 사장님이 알아서 나중에 계산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