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우. 그는 중1때부터 건축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르꼴뷔제, 안도다다오, 마리오보타처럼. 세계적인 건축가가 되고 싶었던 남자. 뛰어난 성적도 아니었고 좋은 학교도 다니지는 않았지만 그에겐 그것이 크게 걸림돌이 되진 않았다.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과 말도 안되는 도전 정신이 큰 재산으로 항상 작용하기 때문이었다.
노력과 노력 끝에 설계를 하게 되었고 그 와중에 멀티미디어를 공부하게 되었다. 하지만 지방에선 그 당시 멀티미디어에 대한 그의 궁금증을 풀어줄 곳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컴퓨터 하나 달랑 들고 서울로 상경하게 되었다. 며칠을 배울 곳을 찾아 서울시내를 배회하다가 당시로선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던 모 스튜디오에 찾아가게 되어 1기생으로 혼자 입학하게 되었다.
몇 달 동안 그는 정말 열심히 공부를 했다. 공부할 돈이 없어 서울 한복판에서 울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논현동 지하실방에서 밤새 공부하다 아침에 일어나 스튜디오가 있는 왕십리까지, 지하철을 타고 갈 때면 낯선 이국 땅에 뚝 떨어진 이방인이 된 것 같은 묘한 느낌이 들 때가 많았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났더니 몸에 갑자기 이상이 생겼다. 두통이 있는가 싶더니 목이 붓고 눈이 충혈되고 위장과 대장이 헐어 움직일 수조차 없는 지경이 되었다. 이유는 그도 몰랐다.
공부를 접고 내려와 뒤늦게 알게 된 병명은 VDT 증후군. 객지에서 죽어라 열심히 공부만 했던 그의 체질이 갑자기 바뀌어진 모양이었다. 아무튼, 그 놈의 전자파병 때문에 그렇게 꿈꾸었던 건축도 못하게 됐고 그 덕으로 공사판에 나가 철근 자르고 나무를 잘라야 했다. 무너진 제방에 잔디 심는 일을 하면서 참 많이도 속으로 울었다. 르꼴뷔제를 꿈꾸던 내가 잔디를 심게 되다니…세상이 끝난 것 같았다.
어느 날 문득 머리를 치고 지나간 것이 커피였다. 커피는 마치 운명처럼 숙명처럼 다가와서 소스라치듯 한 기억속의 궤적이 되어 그의 열정을 깨워 주었다. 그랬다. 그에겐 유일한 희망인 커피가 있었다.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커피를 직접 해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 바로 시작하게 됐다.
10평 조금 넘는 커피 가게에서 4년간 꿈을 키웠다. 집 구할 돈이 없어 다리가 펴지지도 않는 가게 소파에서 잠을 자면서 4년간 생활을 했다. 겨울엔 난로 켜고 자다가 바비큐 구이가 될까 봐 겁이 나서 떨면서 잠을 잤다. 여름도 마찬가지였다. 혼자서 30평짜리 에어컨을 틀고 자기가 뭐 해서 더워도 꾹 참고 잤다. 그것이 상주의 커피 名人, 상주 커피가게 역사의 시발이었다.
“가게를 하면서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많이도 만났어요. 고맙고 또 고맙죠. 그분들을 생각할 때면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힘과 용기가 생기죠.” 누굴 만나도 내가 늘 하는 커피 이야기는, 커피는 음악이며 노래며 한편의 시다. 그리고 사람이 있어 행복할 수 있는, 커피는 그런거다. 김민우의 말이다.
다음 호에는 ‘세상 밖으로 커피 내리는 아티스트 김민우’ 2편<완결>이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