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칼럼]  포스트 코로나, 고명보다 만둣국 속 알차게 채워야
[한섬칼럼]  포스트 코로나, 고명보다 만둣국 속 알차게 채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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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패션산업 미래는 패션디자이너 육성
각종 사업에 주인공보다 들러리로
단계적 지원,비즈니스 플랫폼 구축 우선
온·오프 상생 프로젝트 가동돼야
언텍트 시대 대응 새 이정표 세우자
떡국, 만둣국에는 반드시 예쁘게 고명이 올려진다. 고명은 미각을 자극해 음식을 맛있어 보이게도 하고 시각적으로는 요리의 완성을 의미한다. 최근 이용수 할머니가 기자회견을 통해 “위안부를 만두의 고명 취급했다”는 격분을 토로한 걸 보면 때론 ‘장식품’이라는 부정적 비유로 ‘고명’이라는 단어가 쓰이기도 한다. 요즘처럼 누구나 예외 없이 힘든 시절, 사람들은 ‘희망’을 이야기 한다. 지금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생각되다가도 이럴 때일수록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고 새로운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에 전열을 가다듬게 된다. K패션 산업의 미래는 실력과 창의력을 갖춘 패션디자이너 육성에 달렸다. 안타깝게도 패션디자이너 육성에 대한 사업의 상당부분이 디자이너가 주인공이 아닌 ‘고명’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패션디자이너는 글로벌 시장에서 자국 패션산업의 국격을 대변하고 브랜딩하는 최전선에 선다. 세계적인 유명 디자이너의 숫자는 그 나라 패션산업 발전의 척도가 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량소비보다 가치 소비가 중요시되면서 보다 독창적인 패션제품에 지갑이 열릴 것이다. 정부나 단체들이 그동안 패션디자인산업 발전에 대한 사업을 지속해 온 것 역시 바로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본다. 언젠가 정부 모 기관에서 패션디자인 산업 육성에 대한 사업을 구상하면서 “이상봉급 디자이너를 수십 명 이상 수년 내 배출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물론 4년이 지난 오늘날 수십 명의 이상봉급 디자이너는 배출되지 않고 있다. 패션산업과 디자이너 성장과정을 사업주체측이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연예인과 화장품 브랜드 헤라가 더 부각됐던 서울패션위크, 한 때는 왕홍이, 지금은 유명 스타일리스트나 인플루언서에 초점이 맞춰진 마케팅이 바로  맥락을 잃은 사례다. 디자이너 브랜드를 띄우기 위한 목적이었는데 결과는 해당 스타일리스트나 인플루언서에 조명됐다. 지역봉제산업을 활성화하는 사업의 일환으로 매칭하거나, K-팝과의 콜라보레이션 역시 디자이너가 주인공이 아닌 ‘고명’인 셈이다.  사업의 주체에 따라 명제가 “서울시민과 어우러진 축제”, “청년 일자리창출”, “소상공인 지원”, “패션과 문화의 만남” 등으로 나뉘고 이에 끼워 맞추기 식으로 신진과 기성 디자이너가 참여한다. 이러다 보니 방향성이 없고 지원에만 의존하는 신진 디자이너들도 있다. 회계상 연간 매출의 절대부분이 정부사업 지원금인 디자이너들도 있어 자립이 요원한 경우다.  명분이 신진디자이너 육성에 있지만 사업예산은 배보다 배꼽에 치중한 사례도 없지 않다. 사업수행의 결과가 제대로 분석, 평가되고 있지 않다보니 “그냥 사업을 위한 사업”이 되고 만다. 패션디자이너 산업의 육성이 모토라면 주인공이 당연히 디자이너여야 한다.  단계별 과정의 지원체계 및 실질적인 비즈니스를 위한 플랫폼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   또한 패션브랜드사, 유통업계는 디자이너에 정확한 기준의 예우를 갖춰야 한다. 이벤트성으로 패션쇼 무대를 만들어 ‘들러리 역할’을 하게 한다든지, 홍보 포인트로 신진들의 재능을 싼 값에 활용하려 해서는 안 된다. 줄 세우고 잘게 쪼개 나눠 주기식 단기 ‘구호’에 그쳐서도 안된다. 온, 오프라인 유통 역시 차별화된 컨텐츠와 스토리로 효과적인 상생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런웨이 공백기인 요즘, 글로벌 마켓의 바이어들은 불황을 극복할 수 있는 감각적인 디자인 제품을 찾고 있다. 관련업계 전문가에 따르면, 바이러스로 국가 간 이동이 자유롭지 않으니 온라인을 통한 디지털 비즈니스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다음시즌 한국의 디자이너 제품을 보여 달라는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진행된 SEE NOW, BUY NOW 온라인 패션쇼에서도 기대 이상의 매출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때 서울시, 디자인재단, 산업통상자원부, 한국패션산업협회 등 비대면 시대에 대응해 온-오프라인을 겸한 디지털 비즈니스를 시도, 지원하려는 바람직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전세계의 런웨이가 멈춰 선 2020년의 봄, 새로운 이정표가 보인다. ‘고명’도 좋지만 속이 알찬 든든한 만둣국의 완성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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