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서울대학교 출신들이 섬유패션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은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 미래 시장을 선점하며 패션테크, 스타트업 분야에서 신산업 발전의 동력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IT패션 융복합 기술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금융권 지원이 뒷받침되고 있어 이런 흐름은 당분간 변화의 흐름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스타트업얼라이스 이기대 이사는 “엘리트 스쿨 출신 창업자들이 많아지는 것은 전세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스타트업을 창업했을 때 벌 수 있는 기대소득이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이 커진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 “스타트업 성장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투자자(VC와 액셀러레이터)들이 아이디어와 사람을 보고 투자하는데 (서울대 출신이라는) 인적 네트워크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패션테크 분야에서는 펄핏, 에이아이바, 칸그림이 선두주자다. 밀레니얼 세대인 펄핏 이선용(32) 대표는 2011년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IBM에서 3년간 IT 리테일 분야 전략 컨설턴트로 일한 실무 경험을 토대로 창업했다. 그는 “개인 체형이나 취향에 개인화된 상품 정보를 연결시켜주는 알고리즘에 관심을 가졌다. 패션산업이 IT기술 도입이 부족한 분야 중 하나임에 깨닫고 IT기술을 접목했다”고 창업 이유를 밝힌다.
에이아이바 김보민(45) 대표와 칸그림 이민호(46) 대표는 각각 서울대 화학공학과와 동물생명공학을 나왔다. 에이아이바는 패션과 AI(인공지능)기반의 사이즈 서비스 추천 서비스 ‘마이핏’과 VR(가상현실)을 접목한 패션테크 기업이다.
김보민 대표는 해외 패션테크기업을 보고 창업을 결심했다. “아마존과 구글, 스티치픽스 등 선진 기업의 지속적 발전 모델을 보고 패션에서 혁신을 보여주고자 했다”는 것이다. 그는 “온라인 마켓은 스타트업이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접목해 바로 테스트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칸그림 이민호 대표는 서울대 동물생명공학을 전공한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는 서울대 조류유전공학 석박사 과정을 밟다 뉴욕 파슨즈 스쿨로 유학을 결심했다.
이 대표는 “패션은 영화와 더불어 소비재 마케팅 분야 최고의 산업 영역”이라며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업분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기존 패션 창업은 인력과 자금 등의 리소스가 부족해 성장이 쉽지 않다고 보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패션테크기업 칸그림을 설립했다.
패션시장 본류에 진입해 주가를 올리는 기업도 여럿 있다. 온라인 쇼핑몰 두마로를 운영하는 선두마로(29) 대표는 밀레니얼 세대다. 서울대 사범대 독어교육학과를 나와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았던 경험을 살려 2017년 창업했다. 런칭 첫해 12억 매출을 올리며 떠오르는 남성 의류 쇼핑몰로 주목받았다. 올해 남성의류 브랜드 ‘올데’를 런칭했다.
한봄 배수향(50) 대표는 유일하게 서울대학교 의류학과를 전공했다. 팽창하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10대를 겨냥한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핑크파인애플’을 2020년 런칭했다. 창업은 늦었지만 패션 디자이너에 대한 동경은 고등학교 시절에 시작됐다.
“고등학교 때 가사 시간에 ‘교복 디자인’ 과제를 받았는데 선생님께서 재능이 있어 보인다며 패션디자이너라는 직업을 생각해 보라는 말씀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디자이너와 MD로 일하다 창업까지 이르게 된 케이스다. 배수향 대표는 “환경보존과 동물애호, 굿네이버에 대한 존엄한 정신을 갖고 아주 작은 실천이지만 옷을 통해 그 정신을 실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들 스타트업은 정부와 엑셀러레이터 및 캐피탈 투자 지원을 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초기 투자금과 멘토링 및 데모데이 등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공간과 경영지원을 받는다.
펄핏은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연구개발자금 5억원 등을 지원받았다. 에이아이바는 어썸벤처스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잇츠 어썸’와 한국디자인진흥원과 산업통상자원부 지원의 ‘2020 스타일테크 유망기업’ 등에 선정됐다.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창업 붐은 전세계적으로 활발하다. 구글, 아마존과 같이 초기 아이디어 하나로 시작한 스타트업이 글로벌 리딩기업으로 떠오르는 시대가 됐다. 국내 서울대 출신 창업가는 쿠팡 박은상 대표가 있다.
서울대학교 섬유패션 인맥은 산업 전반에 주류를 이루고 있다. 서울대학교 패션산업최고 경영자과정(AFB)은 국내 최고의 패션최고경영자과정으로 꼽힌다. 이미 국내 패션시장에 1000여명의 인재를 배출했다. 올해 20년째를 맞았고 섬유패션산업 관련 대기업 및 중소기업 경영자, 국회의원, 법조인, 언론인 등이 포진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