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복식도입 1세기 역사는 어디에?
서울에 ‘한국패션박물관’ 건립 필요
창의적 교육장이자 대중문화 현장
?K-패션 정체성 확립 ‘랜드마크’로
패션코리아 미래 성장동력 장착
런던, 뉴욕, 파리, 교토에는 있지만 서울에는 없다. 바로 패션박물관이다. 공예박물관, 김치박물관도 있지만 패션박물관은 없다. 우리나라가 서양복식을 도입한지 1세기가 지났지만 발전상과 한국패션의 역사적 흐름을 볼 수 있는 패션박물관은 서울에 없다.
인구 1000만의 도시인데도 말이다. ‘한국현대의상박물관’이 있다. 위키백과사전에는 ‘한국현대의상박물관은 서울특별시 종로구 충신동에 위치한 박물관’으로 표기돼 있다. 한국현대의상박물관은 1993년 신혜순 관장이 민간으로 설립, 약 2000여 점의 시대별 의상과 액세서리를 소장하고 있다.
1800년대 서양의상부터 광복이후 한국현대의상을 소개하는 의상전문 박물관이며 프란체스카 여사 의복과 소품(등록문화재 제 612호), 양단 아리랑 드레스(제 613호), 군용담요코트(제 616호) 등을 보관하고 있다.
역사적 가치의 의상부터 이상봉, 문광자, 설윤형, 박항치, 배천범 등 현존 혹은 고인이 된 유명 패션인들의 대표작들도 있으며 매년 주제별 전시를 지속하고 있다. 2018년 6월, 현대의상박물관은 인천 송도의 한국뉴욕주립대학교로 터전을 옮겨 개관하게 됐다.
박물관이 개인의 신념과 각고의 노력만으로 운영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느끼게 한 사례여서 안타깝기도 하다. 또 서울의 국립민속박물관에는 고인이 된 앙드레김 의상 126점이 있다. 그나마 고인이 유니세프에 기증한 의상들로 패션박물관은 아니지만 한국을 대표한 디자이너의 생전 역사적 가치로서 보존될 수 있다는 것에 안도하게 한다.
국공립 박물관이나 대학의 복식 박물관에는 전통복식에 집중하고 있어 백년이 넘는 패션역사는 정리하지 못한 숙제로 미뤄지고 있다. 런던의 빅토리아 앤 엘버트 박물관,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파리 장식미술박물관, 교토의상박물관은 각자 자국의 패션역사를 의상컬렉션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교토의상박물관의 경우 17세기 이후 서구 복식 및 일본 패션을 소장하고 있는데 상설전시기능은 없지만 전시기획만을 하고 있다. 그러나 단독 혹은 전 세계 박물관들과의 협업으로 전시를 조직, 세계 패션도시를 순회하고 있으며 디지털 아카이브를 공개하고 있다.
서울이 전세계 패션 거점도시로 부상을 꿈꾸면서 패션박물관이 없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박물관은 과거를 조명할 뿐만 아니라 역사의 흐름이며 한국패션의 정체성 확립과 새로운 패션 창작을 위한 원동력이 된다.
DDP가 설립초기 순기능과 역기능을 논하며 분분한 의견으로 설왕설래했지만 지금은 서울의 랜드마크가 된 것처럼, 패션박물관 역시 패션도시 서울의 미래에 큰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도시의 브랜드를 높이고 수 많은 세계 패션피플들과 K-컬처에 열광하는 이들을 흡입하고 발길을 묶어둘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를 중심으로 패션박물관 건립 필요성에 대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10여년전, 지금은 고인이 된 배천범 교수를 주축으로 패션박물관 건립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됐었고 그 이후 몇 차례 패션인들의 의견이 제시됐지만 현실화되지 못했다.
문화 산업으로서 패션의 가치 정립과 인프라구축의 일환으로 정부나 지자체가 주도하는 패션박물관의 건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디자이너와 업계, 학계가 모두 공감하고 있다. 한국패션의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산발적 정책을 하나로 묶어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이끌어 가야한다는 여론이다.
특히 패션박물관이 문화정체성 확립의 중심에 있도록 정부 주도의 운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패션과 문화에 대한 열망을 접어두고 있지만 움츠러들수록 도약할 준비를 해야 한다. 세계가 K-컬처로 들썩이는 요즘, 대한민국 패션의 오늘이 과연 어디서 비롯됐는지, 또 앞으로의 아카이브를 어떻게 만들어 가야하는지 생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