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산업에 연 최대 6조 타격 -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 법률안’
패션산업에 연 최대 6조 타격 -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 법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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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 통과되면 기업 매출 연 20% 감소
소상공인 매출 5.1%, 고용은 4% 줄어

#백화점에서 70여개 매장을 운영하는 한 패션중소기업은 연초 사업계획을 짤 때 당해 공휴일이 몇 주 있는지를 확인한다. 일요일 매출이 평일 대비 5배 이상 높기 때문이다. 주말 매출이 평일(월~금)보다 2.5배 이상 높다. 이 회사는 일요일 매장 문을 닫을 경우 연 매출의 15%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백화점과 복합쇼핑몰 월 2회 공휴일 의무 휴업’법안이 통과될 경우 코로나 타격과 함께 매출 하락의 이중고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더불어민주당이 ‘백화점과 복합쇼핑몰 월 2회 공휴일 의무 휴업’ 규정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나서면서다.

지난해 국회에서 발의된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 법률안은 20여건에 이른다. 준대규모점포, 복합쇼핑몰, 아울렛, 백화점, 전문점을 매월 2회 의무휴업하고 휴업일은 공휴일로 지정하되 이해당사자와 합의를 거쳐 공휴일이 아닌 날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관련 인터뷰 10면 PDF 참조

전문가들은 법안이 통과되면 입점 기업 및 유통사의 경제적 손실과 고용감소를 비롯한 소비자 복지(후생) 훼손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한다. 기업들이 코로나 19 혼란기를 맞고 있어 규제 타이밍도 고려하지 않은 실효성이 없는 법안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여기에 “유통 시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온라인발 공습이 시작됐다. 소비자는 백화점과 복합쇼핑몰에서 체험을 하고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라이프스타일 변화가 정착되고 있어 변수가 많다”는 지적이다.

■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매출 연관성 없어
전문가들은 전통시장 유입은 거의 없고 복합쇼핑몰과 백화점 등에 입점한 중소기업들의 경제적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예측했다. 매출 타격은 곧바로 직원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조춘한 경기과학대 스마트경영과 교수는 “법안이 경제 손실을 초래하는 규제가 돼서는 안된다”며 “법안 통과되면 기업들은 연간 20% 매출이 줄고 직원 감축이 일어 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9년 백화점 전체 매출은 30조3864억원이다. 이중 매출 10~20%가 빠진다면 연간 3조~6조억원대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매월 발표하는 주요 유통업체 매출 실적에 따르면 남여성복 및 캐주얼, 잡화, 가정용품 등 패션부문 매출은 작년 상반기중 전체 백화점 매출의 약 86%에 달했다. 백화점 매출 감소는 패션업체 의류 판매에 엄청난 타격을 준다는 뜻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대형 쇼핑몰이 월2회 휴업하면 입점 소상공인 평균 매출은 5.1%, 고용은 4%씩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승창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섬유패션산업은 코로나 19로 가장 타격이 높은 업종 중 하나다. 지난해 기업은 코로나 19 영향으로 R&D와 인건비를 먼저 줄였다”며 “복합쇼핑몰 의무휴업이 실시되면 직원 해고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전통시장과 의류업종은 상품 연관성이 없다. 마트가 월 2회 문을 닫은 10년 동안 전통시장은 매출 변화가 없거나 줄어들었다. 전통시장 효과에 대한 정량적 분석 자료가 거의 없다”며 “서비스업은 규제로 끌고 가기 힘들다. 오히려 쇼핑몰 규제로 인해 중소기업간 양극화가 더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 코로나 사태로 온라인·슈퍼마켓이 더 위협적
전문가들은 이번 규제가 소상공인과 골목상인 보호 목적 달성을 이루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 19로 소비자들은 이전과 다른 소비 습관을 보이고 있어 전통시장보다는 온라인 쇼핑과 인근 슈퍼마켓을 가장 많이 이용한다는 것이다. 

조춘한 경기과학대 교수 등이 한국유통학회에 발표한 ‘대형유통시설이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 하남점 입점으로 전통시장은 이탈 고객보다 새로 유입되는 고객이 더 많았다. 인근 덕풍시장 고객은 5.72%, 신장시장은 6.99% 늘었다. 또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의 소비자 행동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는 의무휴업일 인근 슈퍼마켓(23.66%)에서 장을 보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집에서 휴식(19.78%), 온라인쇼핑(11.83%)순으로 많이 이용했다. 전통시장 이용 소비자는 5.81%로 많지 않아 규제 정책 목적이 달성하지 못한 실정이다. 

■ 개정안은 소비자 복지 및 권리 훼손
전문가들은 소비자 소비 형태와 업태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 개정 내용은 부적절하다”며 “소비자 측면에서 보면 웰페어(Welfare·복지)가 훼손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직매입이 많은 대형마트와 중소상인들이 입점돼 있는 복합쇼핑몰은 업태가 다르다.

복합쇼핑몰은 관광지 문을 닫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특히 복합쇼핑몰은 대체할 수 있는 시설이 없다는 점에서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옵션을 없앤다는 것이다. 복합쇼핑몰은 2400만명의 수도권 인구가 찾는 힐링의 목적형 공간이다. 소비자들은 주말 가족 또는 친구, 연인들이 찾는 체험형 시설이다. 특히 복합쇼핑몰은 더 이상 물건을 사는 곳이 아니라 쇼핑, 식사, 여가를 한 번에 즐기는 문화 휴식의 ‘몰링(Malling)’ 공간이다.  교수들은 이번 입법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며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고 해석했다. 대형마트 규제가 시작된 10년(2012년) 이전은 이커머스 활성화가 되기 전이다. 코로나 19로 올해는 5년치 앞당겨진 소비 패턴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 19로 언택트 비즈니스 주무대인 온라인에서 쇼핑가 더 활발하다. 

■ 보편적·사회적 합의로 해법 모색해야
서 교수는 “특정 업태만 강제 규제 하는 것(전통시장과 복합쇼핑몰간)은 제로섬게임으로 가정한 조치다”며 “‘복합쇼핑몰·마트 등이 문을 닫으면 전통시장으로 가겠지’라는 전제가 잘못됐다. 오히려 주변 상권에는  마이너스다”고 말했다. 

조춘한 교수는 “규제법안을 만들 때는 보편적인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대기업과 소상공인이 경쟁을 한다는 2분법 전제보다는 소비자와 상인, 기업 등과 보편적인 사회적 합의가 돼야한다”고 주장했다. 법 규제는 예방과 사후처리가 안 되는 것을 규제해야하는 데 복합쇼핑몰 규제는 어느 쪽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전세계적으로 유통산업 영업규제는 완화되는 추세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G5 국가 유통규제 현황을 분석한 결과 규제를 없애거나 완화하는 것이 글로벌 트렌드”라며 “유통규제 강화 논의에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미국에서 대형마트의 출점으로 상품가격 인하, 서비스 질 향상 등 소비자 후생이 증가한 점은 주목해야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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