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Gucci)가 지난 16일 오후 8시 서울 경복궁 근정전에서 ‘구찌 2024 크루즈 패션쇼’를 열었다. 근정전은 조선시대 왕실의 주요 의식을 치르고 외국 사신을 맞이하는 곳이다.
구찌가 아시아 국가에서 크루즈 패션쇼를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컬렉션은 1990년대 후반의 구찌를 연상시키는 실루엣에 2010년대의 색감을 더했다. 또한 서울의 독창적인 패션 스타일과 한국의 전통적인 의복 스타일에 대한 연구가 반영됐다.
이날 패션쇼에서는 근정전과 회랑을 배경으로 유명 모델들이 스포츠웨어와 캐주얼 웨어를 입고 런웨이를 펼쳤다. 부클레 스커트 수트, 실크 블라우스 등 부르주아 스트리트웨어가 한강의 윈드서퍼들이 입는 스쿠버 다이빙용 웨트슈즈와 함께 등장했다.
모든 의상과 룩은 다양한 형태로 해체와 변신이 가능한 하이브리드 형태로 선보여졌다. 봄버 재킷은 이브닝 스커트로 변신하고, 바이커 재킷은 길게 늘어나 코트가 됐다.
근정전 마당은 반짝이는 조명으로 채워 별자리 무대효과를 주었다. 양옆에 세워진 근정전의 붉은 기둥 사이로 구찌의 컬렉션이 펼쳐지며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모습이 참석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날 행사에는 약 570명이 참석했으며 서울 출신 작곡가 장재일의 음악이 흘렀다.
구찌의 글로벌 회장 겸 CEO 마르코 비자리(Marco Bizzari)는 “세계적인 건축물인 경복궁을 통해, 한국 문화 및 이를 가꿔 온 한국 국민들과 연결되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이 구찌가 경복궁에서 패션쇼를 개최하는 이유다”라며 “과거를 기념하고 미래의 영감을 받을 수 있는 이곳에서 구찌 2024 크루즈 컬렉션을 선보일 수 있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패션쇼가 끝난 후 열린 뒤풀이 행사는 소음으로 논란이 일었다. 이날 오후 9시 56분, SNS에는 인근 동네주민으로 보이는 한 누리꾼이 “소음 공해 신고는 어떻게 하냐”는 글과 함께 뒤풀이 행사장 사진을 올렸다.
그는 “10배 줌으로 찍은 거다. 내 방까지 음악 소리가 너무 크게 들린다. 스피커를 밖에 설치한 것 같은 정도다. 심지어 레이저 불빛까지 반짝거린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참다 참다 어머니가 경찰서에 신고하셨다”고 말했다. 공개한 사진에는 통유리를 통해 건물 내외부 불빛이 번쩍이는 모습이 담겼다.
실제로 이날 소음 신고로 경찰이 출동한 것으로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