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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밀라노 프로젝트에 대해 최
소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드물다.
핵심을 간과하고 순서가 틀렸다는 게 그들의 일반적 지
적이다.
밀라노 프로젝트는 PET직물을 축으로 면직, 모직, 복
합직물 등의 품질고급화를 꾀하고 나아가 중간산업재로
서 수출만 할 게 아니라 완제품까지 생산, 부가가치를
높혀보자는 게 핵심이다.
다시 말해 직물의 품질고급화와 완제품생산기반을 확
충, 대구를 세계적 섬유도시로 만들겠다는 의욕에서 비
롯된 게 밀라노 프로젝트다.
그렇다면 직물의 품질고급화는 어떻게 달성할 수 있는
것인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신직물의 개발을 통한 차별화이고, 둘째는 기존
아이템의 품질안정화다.
밀라노 프로젝트의 맹점은 전자에 치우쳐 있을 뿐 후자
에 대한 대책이 크게 미흡하다는데 있다.
업계의 주장은 개발보다 기존 아이템의 품질고급화와
품질안정화가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원사품질이 안정화되지 못하고 제직에 앞선 준비공정이
후공정을 전혀 의식치 않은 채 내가 맡은 공정만 잘하
면 된다는 사고가 뿌리 박혀 있는 한 직물의 고급화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염색부문도 상환은 마찬가지다.
염색업체치고 과학적 데이터와 기술적 자료를 집계, 이
를 표준화시켜 공정에 적용하는 업체가 과연 얼마나 될
지 의문이다.
원사, 준비, 제직, 염색에 이르는 전공정에서 기준품질
을 목표로 하는 공정표준이 정해지지 않고는 제 아무리
고급직물이 개발된다해도 고급화는 멀기만 할뿐이다.
원사품질의 표준화, 균일화, 안정화, 고급화를 꾀할 수
있는 전략이 최우선 선행조건이다.
준비 공정은 더욱 심각하다.
사이징(호부)공정은 전면 판을 다시 짜야한다.
사이징공정에서의 호제사용과 원사방사공정에서 사용하
는 방사유제는 반드시 염색업체와 긴밀한 협의하에 이
루어져야 한다.
방사만 쉽게, 사이징 생산성만 좋으면 됐지 염색성은
아예 뒷짐인 게 섬유산업의 현주소다.
죽어나는 게 염색업체고 품질고급화가 될 수가 없다.
직물의 품질고급화는 염색의 전처리가 80∼90%를 차지
할 만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염색에서 빠지지 않는 호제는 더 이상 사용을 금지하고
다른 방법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한다.
이같은 방향유도와 시급한 과제타개에 밀라노 프로젝트
의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염색도 일부 몇몇 업체를 제외하곤 주먹구구식이 대다
수다.
아직까지 조제를 평량과 데이터 없이 바가지로 사용하
고 있는 게 염색업계의 현주소다.
최고급 품질이 개발돼봤자 이러한 생산시스템에서 고급
품질이 나올 수 없다.
원사 준비, 염색부문에서의 생산표준, 과학화가 급선무
고 신기술개발, 차별화 제품개발은 차후의 일이다.
밀라노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해선 이를 간과해서는
안될 일이다.
역설적이겠지만 밀라노 프로젝트의 첫 출발은 작업의
표준화, 과학화에 포커스가 맞춰져야만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단계가 비로소 안정된 생산기반을 바탕으로한 차
별화(신제품)제품 및 신기술개발이다.
소비자지향형의 제품개발을 활성화시켜나간다는 전략이
그것이다.
신제품개발센터, 염색디자인 실용화센터, 니트시제품공
장 등의 설립이 바로 이를 위한 사업이다.
그러나 설립자체보다 향후 운영방법(soft ware)에 대한
묘안과 전략, 전술을 짜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이를 위해 섬유정보지원센터가 설립, 가동될 계획이다.
섬유정보지원센터와 각 개발센터의 유기적 공조체제구
축이 밀라노 프로젝트의 성공여부를 가늠할 만큼 중요
한 부문이다.
직물의 고급화를 위한 개발사업과 함께 추진돼야할 게
패션산업 및 봉제산업의 활성화다.
대구경북권이 섬유도시임에도 불구, 의류를 비롯 완제
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0.8%에 불과할 만큼 완제품생산
기반이 지극히 취약하다.
역량있는 패션디자이너와 패션관련 전문가들이 나서 고
급 브랜드를 만들어내고 첨단봉제생산라인에서 생산의
합리화를 꾀한다면 대구는 명실상부한 섬유도시로 탈바
꿈할 수 있는 것이다.
산업자원부가 밀라노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대구시가 이
를 주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은 지극히 고무적인 일
이다.
그러나 중심을 잡고 정부, 대구시, 단체, 업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는 조용히 생각할 일이다.
목소리만 무성하고 숲만 보는 시각으로 일관하다보니
자칫 밀라노 프로젝트가 애물단지로 전락할까 두렵다.
산자부의 「대구분소설치」, 대구시의 「특별위원회 구
성」등도 무엇 때문에 왜 필요하며 밀라노 프로젝트의
성공적 수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신중하게 생각해볼
일이다.
중요한 것은 밀라노 프로젝트 17개사업은 업계가 하는
것이다.
업계 자율의 의지를 믿고 뒤에서 밀어주고 힘을 북돋워
줘야지 혼란을 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