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령 대통령 재집권 성공 신화 쓴 트럼프
美 우선주의 트럼프 현상, 지구촌 강타
관세강화, 수출둔화 우려 국내 증시 ‘쇼크’
우수성 인정받은 K-조선, K-패션·섬유 유망
초박빙이라는 예상을 뒤집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서 재집권에 성공했다.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이 다음 선거에서 집권에 성공하는 것은 미국 22대, 24대 대통령이었던 그로버 클리블랜드 이후 132년 만이다. 바이든의 고령을 비난했던 트럼프는 올해 78세로 취임 나이로 치면 바이든을 훨씬 넘어 미국 최고령 대통령이 된다.
2016년 미국을 휩쓸었던 ‘트럼프 현상’은 일회성이 아니었다. 4년을 건너뛰어 트럼프가 돌아왔다. 그가 제기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ke America Great Again)’ 구호는 이번 대선에서 더 넓고 더 깊게 먹혔다. 트럼프 현상은 미국 내 영향에만 그치지 않고 전 지구촌을 강타한 초대형 글로벌 태풍이다.
재집권에 성공한 도널드 트럼프가 첫 당선 때부터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며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그의 당선은 우리로서는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벌써부터 국내 증시와 채권시장이 들썩이는 등 빨간 불이 켜졌다. 가장 예민한 증권가에서는 향후 관세 강화 등에 따른 수출 둔화 우려로 국내 증시 부담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트럼프 공약과 연관된 전통에너지와 방산, 금융섹터는 유망할 것으로 전망했다. 증권가는 그동안 트럼프 당선인이 앞서 수입억제 정책과 관세 강화를 공헌한 것을 감안하면, 수출주에 부담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는 전기차 보급 촉진과 친 환경에너지 확대를 담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를 추진하고, 우리 기업들에 주는 보조금 지급을 중단할 수도 있다.
트럼프 당선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은 이뿐만이 아니다. 보호무역주의를 신봉하는 트럼프는 관세 등의 수단으로 한국 수출에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
허나, 희망도 보이는 것은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승리 다음 날 윤석열 대통령과 첫 통화에서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과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으며, 선박 수출뿐만 아니라 MRO(유지·보수·정비) 분야에서도 긴밀하게 한국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 조선업의 협력을 요청했다. 당선 직후 한국 대통령과 통화에서 여러 산업 중 ‘K조선’을 콕 집어 언급하며 ‘SOS’를 요청한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배경에는 미국의 조선업 붕괴에다 중국과의 해양 패권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안보 위기감이 깔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은 핵잠수함 등 최첨단 기술을 가졌지만, 선박을 만들고 수리하는 조선업 생태계는 사실상 명맥이 끊겼다. 세계 선박 건조량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0.13%(2023년)에 그치고, 잠수함 수리는 몇 년씩 대기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 의회도 지난 4월 ‘미국 해양 경쟁력 복원 방안’ 보고서를 통해 동맹국과 협력 확대를 권고했다.
트럼프 이너서클의 키를 잡고 마음을 얻을 수 있다면, 트럼프 2기가 가져올 위기는 얼마든지 기회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에 우수성을 인정받은 한국의 조선업과 함께 시장이 넓고 또 희망이 있는 유일한 업종이 국내 ‘섬유·패션업’이다. 미주지역 수출을 주도하고 석권하던 지난 70~90년대의 30여년 간 그들의 의생활을 책임진 풍부한 경험과 자존심을 찾는 호기로 삼아야 한다. 미주지역 내의 K-POP 문화에 편승·동화된 유행과 트랜드에 민감한 수많은 젊은이들의 의생활에우리가 만든 업그레이드 된 옷을 입히는 계기로 삼자. 패션에 민감한 멋쟁이 가족 트럼프 2기 시대에 국익을 지키려면 정부와 기업이 원팀으로 움직여야만 한다.
이 기회에 정부는 정부대로, 섬유·패션업계는 업계대로 허리띠를 졸라매며 미국의 국익을 첫손가락에 꼽는 트럼프의 재집권 이후 벌어질 상황에 대비한 방책을 신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 트럼프 행정부를 경험한 바 있어 2기 트럼프가 결코 낯선 것은 아니다. 우리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트럼프 행정부의 일원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주요인사들과 접촉을 강화해, 한국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전달하는 민·관의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