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피복공업협동조합(이사장 류영근)이 각종 불법과 비리의 온상이었음이 확인됐다. 또한 류영근 이사장을 비롯해 조합 간부들은 무원칙·무기준의 편법하청 생산과 불공정한 물량 배정을 주도했던 것으로 알려져 조합의 도덕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는 여론이 비등해지고 있다. 이는 조합 간부들이 단체 수의 계약의 브로커로 나선것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회원사 이익 증진’이라는 조합 존재 근거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조달청과 피복조합간 단체 수의계약은 정부가 중소 생산 업체를 지원·육성한다는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단체 수의 계약 물량을 받아 배정하는 피복조합은 회원사에게 공평한 배분을 윈칙으로 해야 하며 또 물량을 배정 받은 업체는 직접 생산 시설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조합의 묵인 내지는 직접 관여하에서 일부 업체가 하청을 통한 물량 납품을 해온 사실이 ‘미확정 채권 양도 승인신청서’라는 문서를 통해 최종 확인됨으로써 그 동안 공공연한 비밀로 여기던 이 문제가 공론화 될 전망이다. 본지가 입수한 ‘미확정 채권 양도 승인신청서’는 국방부 전투복 조달 물량에 대해 배정 받은 업체와 하청 제조업체간 생산과 채권 양도 금액에 관한 일종의 계약서. 조합명의로 발행된 이 신청서는 조합이 불법에 대해 제재하기는커녕 직접 나서서 이를 중개, 승인까지 했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다. 더욱이 조합의 류영근 이사장이 이러한 불법을 직접 자행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회원사들의 허탈함은 극에 달하고 있다. 류 이사장이 운영하는 유풍어패럴은 97년 5월 감사원 감사시 하청생산에 대해 지적 받고 물량배정에 제한을 받았고 99년 4월 감사에서도 4개 하청업체를 통해 하청 생산이 이뤄졌음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도 불법 하청 생산을 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풍어패럴의 배정 물량을 하청 받은 업체인 M사는 “최근 3년간 100% 하청에 의해 생산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또한 조합의 물량 배정에도 형평성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피복조합이 수의계약을 통해 정부와 지자체에 납품한 물량은 730억원어치. 하지만 340여 조합 회원사 가운데 30%이상이 넘는 120여 업체는 단 한건의 물량도 배정받지 못한 반면 몇몇 업체의 물량은 급격히 늘어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하청생산, 물량배정 형평성 시비는 그 동안 조합이 저질러온 비리와 불법 사례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조합은 ▲상습하청업체에 대한 조치 미흡 ▲동일업체에 물량 배정 ▲조합에 반기를 든 업체에 대한 불이익 조치 ▲조합가입 1년 미만 업체에 물량 배정 ▲원·부자재 공동 구매 알선의 부당한 조치 ▲이사장 친근 업체에 특혜 부여 ▲조합 경비 부당 지출 등 근거 있는 또 다른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회원사들의 이사장과 이사진 퇴진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조합의 한 회원사 대표는 “선출된 이사장이 이사진과 심지어 감사까지 지명하다 보니 비리가 발생하게 된 것”이라고 말하고 “이사장 퇴진과 함께 투명한 조합 운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회원사들의 이익증진은 고사하고 조합 존폐에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조합 관계자는 이에 대한 입장 표명을 피하고 있다. /하태욱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