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자 © 한국섬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화벨. 9시가 가까운 시간에도 통화가 가능한 패션업
계의 수많은 종사자들중 한명이 수화기를 든다.
아직도 일하느냐 서로를 위로하는 대화속에는 연말이
다가오는 지금 과다한 업무속에 들뜬 마음은 비집고 들
어올 틈이 없고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비장함이 서려있
다.
패션업체들은 대기업의 사업부분리와 효율성 증대를 위
한 구조조정의 물결이 또다시 업계를 강타하고 있어 크
리스마스나 신년연휴도 책상앞에, 혹은 상품속에 묻혀
세기말의 해를 맞을 듯 하다.
샐러리맨들의 천국이 지옥으로 순간이동한 현실속에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의 물결이 휩쓸고 간 패션업계의 종
사자들은 불만이 있을 수 없는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연중 설날과 추석중 2일 제외한 363일 본사대기조가 운
영되고 있는 업체도 있고 오후 8시, 9시까지, 심지어 밤
새 상품개발과 영업전략 세우기에 파묻혀 있는 업계관
계자들의 노고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대로 가다가는 과로사 1위, 40대 사망률 1위라는 불
명예에 패션업계가 한몫을 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얼마전 TV시사프로그램에서 한국의 노동시간이 선진
국에 비해 높다는 말을 들었다.
또 구조조정에 의해 생긴 빈자리의 일감까지 도맡아 과
도한 업무량에 시달리고 있는 샐러리맨들의 비애를 대
면했다. 이들은 업무량이 많아도 순전히 자리를 잃지
않으려고 불평한마디 못한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에서 인터뷰한 정부관계자는 『우리가 일을
적게해서 이런 어려움에 처한 것이 아니다』라며 한탄
할 지경이었으니 경제공항을 우리의 탓이라고 자조하기
에는 조금 억울한 감이 없지 않다.
한 제조업체 사장은 『인원감축으로 사내에 긴장감을
돋우기 보다는 작업시간을 조절해 효율을 올리고 전체
직원들이 합심해 위기를 극복했다』며 사내 직원들과
고생을 함께한 가족들을 칭찬해 가슴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고민도 많고 일까지 많은 우리 패션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서로 위로하는 인사뿐인 것 같다.
긴장 속의 또한해. 상품을 판매한다기보다 문화와 감성
을 전하는 마인드를 소비자에게 제공한다는 자부심으로
빨간날 제대로 쉬지 못하고 패션산업발전을 위해 뛰는
우리 패션관계자 여러분 힘냅시다!
<박세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