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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속담에 재미있는 게 하나 있다.
「개천을 건너 갈 때는 언제나 같은 곳을 건너라. 그러
나 그 흐르는 물은 늘 변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일편단심><외곬수>의 동양적 「의리」
「사랑」과 같은 냄새를 풍기는듯 싶지만 원뜻은 바꾸
어 말해 “사람이란 한눈팔지말고 한 길을 걸어 가되
그 길은 언제나 똑같은 길만은 아니다”라는 경고성의
의미가 다분하다.
이것을 패션에다 견주어 볼때 “패션은 멀고 먼 아득한
길이지만 결코 평탄하지만은 않다”는 함축성을 지닌
다.
▼패션의 창조란<그림>이나 <소설>같은 작품들과는
달리 제아무리 예술적으로 뛰어나 보인다 해도 「현
재」 -즉 오늘에 있어 강한 감성의 공감과 인기와 영
향력을 지니지 못한다면 그것은 이미 패션으로서의 존
재가치를 상실하고 만다.
그림이나 소설등 다른 예술작품들이란 작가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지만 패션의 <크
이에이터>란 언제나 오늘과 현재에 뛰어난 작품으로
대중의 갈채를 받았을 때 (10년내지 20년 동안이라도-)
만 영향력이 지속된다.
동시에 패션은 상품이어서 <크리에이터>는 시장으로부
터 끊임없이 타협을 강요받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크리에이터는 「매장」의 목소리나 소비자들
의 니드에만 귀기우려선 안된다. 그것은 두 말할 나위
없이 크리에이터란 그들 보다 한발짝 언제나 앞서 나가
야 하기 때문이다.
▼패션(유행)이란 돌고 돌아 1930년대의 그것과 90년대
의 옷과 비슷하게 보인다고 하지만 결코 같은 것은 아
니다.
다만 패션은 늘 새로운 방향으로 전진하고 있으면서도
때로는 과거의 패션을 부활시키는 수가 없지않다.
패션으로서는 1940년대 1950년대 경의 분위기를 갖춘
실루엣이나 디테일이 이따금 소생하는둣 싶지만 이것은
「옷(의상)에서뿐 아니라 <가구><주거><잡화><자잘
구레한 생활도구>들에서도 볼 수 있다.
소위 이러한 「회고조(懷古調)」가 유행하는 현상을
「레트로·붐=RETRO BOOM」이라든가 「레트로·패
션=RETRO FASHION」이라 함은 다 아는 사실.
-어쨌거나 크리에이터 (창조자)나 우리 모두에게 중요
한 것은 생활속에서 꾸준히 「행복」을 「형유할 수 있
는 능력」과 「지적(知的)감성」의 유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