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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듣기에는 게으른 사람을 두고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
도 말라」는 훈계를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 말은 현재 섬유·패션업계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신종 유행어다.
국제통화기금(IMF)한파로 각 브랜드사의 오더가 전년대비 3
분의 1 수준에 못 미치자 생산공장과 프로모션사의 오너들은
발 등에 불이 떨어졌다.
오너들은 매출은 격감된 상태에서 호황때 활용되던 인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제반비 등의 경비를 감당하기에는 출혈이
너무 크고, 그렇다고 오더량이 준만큼 생산인력을 줄일수도
없는 사면초가의 상태에 빠졌다.
그래서 어려운 시기에 고용인과 피고용인 양자가 선택한 최
선의 해결책이 「무노동 무임금」 이라는 것.
한마디로 일이없을때는 집에서 쉬다가 일이 있을때만 나와
일하고 일당으로 임금을 받아가는 방식이다.
어찌보면 아르바이트와 다를바가 없는 것 같고 노동자들의
반발도 심할 것이라는 생각도 앞선다.
그러나 타직장으로의 이전이 어려운 시점에서 직장이 보장되
고 임시적으로 행해지는 「무노동 무임금」 제도는 양자에게
환영을 받고 있다.
그리고 총이익금중 제반비용을 뺀 나머지를 임금으로 받아가
는 방법도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기자는 어느 프로모션관계자로부터 「무노동 무임금」 제도
가 확산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순간 경제위기의 심각성을
떨칠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관계자는 노동자도 해고당하기 보다는 「모노동
무임금」제도를 선호하고 있으며 자발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는 말을 듣고 어떻게든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노사
간의 협동이 이뤄지고 있음을 감지했다.
그 관계자는 덧붙여 아직까지 정리해고, 구조조정등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은 회사는 사정이 좋아서라기 보다는허장성
세 그자체라고 했다.
매스컴, 경제전문가들이 일년이면 풀릴것이라는 낙관론을 펼
치고 있지만 현장일선의 일꾼들은 적어도 5년은 걸려야 한다
고 보고 있다.
1년이건 5년이건 어찌됐든 한국의 경제가 다시 살아난다는
것을 전제로 「무노동 무임금」이라는 합일점을 찾아 가고
있다.
어렵다고 하소연만 말고 어떻게든 난국을 헤쳐나가겠다는 혼
연일체의 정신이 있는한 국내 섬유·패션 업계의 앞날은 밝
을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김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