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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 파업이 전격 철회되면서 일단 최악의 경제시나리오는
피한듯하다.
그러나 3월에 있을 4백억달러의 단기외채상환압박, 인도네시
아의 모라토리엄선언 가능성,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의 위험
성등은 또다른 시한폭탄으로 잠재돼있다.
계속되는 고금리로 견실한 기업들이 흑자도산하고 있는 것도
3월 대란설을 부추기는 또다른 요인이기도 하다.
하반기 원부자재 파동이 겹치면서 생산현장이 급속히 마비,
기업들의 혼란이 가중되리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그중에서도 100% 수입에 의존해야하는 원면, 원모를 구입해
야하는 면방, 모방업체들의 어려움은 형언하기 힘들 정도다.
그러나 무엇보다 기업인들을 정신적인 패닉상태로 만드는 것
은 갑작스런 경제대란으로인한 극도의 혼란, 아노미상태를
극복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특히 부도율이 2.6%대를 넘어서면서 부도업체들이 채무동결
이라는 방패막이를 통해 오히려 떵떵거리고 잘버티고 있다는
거다.
물론 여기에는 돌발적인 IMF한파로 인해 어쩔수 없이 흑자
부도를 낸 기업들이 안간힘을 쓰며 재기를 모색하는 예도 많
겠지만 부도에서 오는 반사이익을 악용하는 업체들도 적지않
다.
실제 악용하려는 의지가 없었더라도 우리나라 법제도의 맹점
이 이를 묵과하고 있다.
법정관리나 화의에 들어간 기업들은 결정적으로 협력업체들
에게 연쇄부도 파장을 끼치고 규모에 따라 사회적인 물의까
지 빚게 되지만 실질적으로 채무가 동결되고 금리부담이 없
어지면서 오히려 경영환경은 정상회사보다 크게 제고된다.
부도율이 크게 낮은 평범한 시기에는 별이상이 없지만 부도
업체가 속출하면서 부도기업이 정상기업의 경쟁력을 저해하
는 사례가 비일비재해 문제시되고 있다.
특히 외채상환을 위해 급선무로 지목되는 수출부문에서의 부
작용이 심각하다.
금리부담이 없는 메리트를 이용해 덤핑수출을 강행하기 때문
이다.
내수시장의 위축으로 수출에 사활을 걸어야하는 모든 섬유,
직물업체들에게 치명적인 걸림돌이 아닐수 없다. 이렇게 부
도기업들이 활개를 치면서 정상기업들은 오히려 허무감에 빠
지기 일쑤다.
IMF영향으로 부도기업이 과거처럼 기죽고 (?) 지내지도 않
는데다 요즘같은 고금리시대에 금리부담이 없는 부도기업과
경쟁하기란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내수시장을 통해 고부가가치 소재를 개발, 장기적으로 고가
수출을 계획해왔던 직물업체들은 갑작스런 IMF한파에 수출
인프라 부족으로 넘어지고, 수출업체들은 부도기업에게 출혈
경쟁으로 뒤쳐지고, 부도 낸 기업이 오히려 잘나가는게 오늘
의 현실이다.
<김선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