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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가 말 그대로 가보 1호였었던 시절이 있었다.
사진 한번 찍으려면 날잡아 온 식구가 목욕재개하고 동네어
귀에 있던 사진관을 찾아가 찍어서 액자에 끼워 벽에 주렁주
렁 걸어 놓고 이웃에 자랑하곤 했었다.
『얘가 서울 가있는 우리 큰애여, 얘는 시집간 우리 둘째딸
이고…』등등 누구만 오면 신이나서 얘기하던 시절이 엊그제
인 것 같은데, 이젠 눈 씻고 둘러봐도 사진기 한 대 없는 집
은 없는 것 같다. 대부분의 사진기가 장롱신세를 못면하고
있지만….
세계적 명품중 하나인 독일의 「롤라이 플랙스」란 카메라가
있다.
카메라만 1백년이 넘게 만들어 온 회사지만 모델은 몇가지
않된다. 기계식 카메라니까 고장률도 적고, 설령 고장이 났더
라도 1백년전 초창기에 만들었던 모델의 부속을 지금도 구할
수 있다니 실로 우리의 실정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얘기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우리는 어떤가. 한마디로 신제품 개발주기가 짧은정도가 아
니라 말그대로 번개다.
오늘 산 물건이 내일이면 구형이 된다. 극단적 얘기겠지만
하루새 새모델이 나온 것이다. 기능은 별 차이가 없이 겉모
습만 바꿔 신제품이란 이름을 달고 세상빛을 본 것이다. 물
론 전혀 변함이 없을수야 있겠냐만은….
A/S는 어떤가. 새기종이 나왔으니 그전 모델은 일단 뒷전이
다. 우선 새것부터 팔고 봐야하니까. 한마디로 말해서 사후봉
사는 장담할수 없다는 말이된다.
자동차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 차한대 구입해서 5년이상 굴
리면「외계인」보듯하는 정신나간 사람들이 많다고들 한다.
해마다 신제품이랍시고 내놓는 메이커측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때마다 교환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의 정
신상태가 더 문제가 아닐까?
한번 만든제품을 끝까지 책임진다는 신념이 없이는 백년, 천
년이 가도 매일 그타령이다.
지금 우리는 IMF라는 거대한 풍랑을 맞이해 너나할것없이
비상사태다.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오늘 내일 어떻게 되는 것
이 아니다. 금융식민시대 도래니, 건국이래 최대의 국치니 온
갖 썰렁한 말이 난무하는 세상이지만 우리가 누군가, 한민족
아닌가. 당장 호들갑 떤다고 해결될일도 아니니 좀 느긋한
마음으로 슬기롭게 대처해보자.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강물이 산으로 올라갈 수 없듯이,
다시 옛날로 돌아갈수는 더더욱 없는 것, 우리모두가 진정
정신적으로 A/S를 받아야 할 시기가 아닌가 싶다.
<배범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