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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 박항치氏의 컬렉션의 테마는 「혼자 도는 바람개비」이
다.
「누구나 사회적인 규범이나 제도의 틀안에서 살아가지만,
바람개비는 바람의 강약에 따라 복잡 다난한 세상만사를 혼
자 해결해 가며 잘도 돌고 있다」는 다소 철학적인 주제가
의미하는 것처럼 그는 언제나 자유를 추구한다.
그러나 패션디자이너로서의 그의 자세는 어디까지나 자긍심
과 품격이 넘치는 귀족주의.
상업적 디자이너와 트랜드 리딩 디자이너와의 구분이 모호해
지는 것이 딱 질색인 그는 자신에게 엄격한 만큼 후배들에게
도 그만한 노력을 요구하기도 한다.
『모든 결과는 사람들의 평소 행동을 보면 알수 있죠. 그간
우리는 너무나 무질서하고 경제개념없이 마구 돌아 갔었잖아
요.』 그는 요즘의 이 경제난국도 결과적으로는 타인을 생각
할 줄 모르고, 자신을 가다듬지 못한채 흐트러지게 살아온
당연한 성적표라고 했다.
그는「물론, 다 잘 살아야 하기는 하지만, 서민과 재벌의 소
비구조가 같아야 한다는 공식은 있을 수 없다」는 말과 함
께,「가치를 수용 안하고 비난만 하는 것은 위화감을 조성하
는 가장 위험한 요소」임을 지적, 어렵고 힘든 시대일수록
한쪽으로 치닷게 되는 획일주의를 경계하기도 했다.
서로가 서로의 능력을 인정하고, 그에 맞추어 모두가 건전하
게 생활할 수 있다면 그로써 그만이라는 것이다.
그리고「남의 것을 아끼지 않고, 무조건 버리고 새 것을 좋
아했던 습성이 하루아침에 고쳐지지는 않겠지만, 이제 이런
국가적 고난은 스스로의 위치를 정리·정돈할 수 있는 계기
로서 오히려 전화위복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라는 코멘트도
잊지 않는다.
트랜드는 앞서가되 디자인의 퀄리티는 절대적이여야 함을 강
조하는 그의 패션 인스피레이션은 20대부터 심취한 古家具.
앤띠끄한 가구들에서 배어나오는 전통적인 문양과 색채, 그
리고 태극마크등 갖가지 요소에서 늘 신선한 자유를 발견하
는 것이다.
「때때로 자유이며 때때로 보수」라며 스스로를 평가하는 디
자이너 박항치.
그는 근사한 것을 좋아한다.
누가 보더라도 「한국패션과 디자이너는 이런 것」이라는 하
나의 명쾌한 코드를 인식시켜주고 싶은 것이 그의 희망이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것이 개인차원이든 국가차원이든 서로가
모르는 세계를 알려주고 원하는 것을 수용할 수 있는 분위기
가 무르익을 때, 세계 어느나라에 보여주어도 부끄럽지 않은
국제화된 컬렉션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믿고 있기도 하다.
함부로 넘볼 수 없는 품격과 퀄리티....
그것이 단순히 작품에서 배어나오는 것이 아니라 디자이너
개개인의 마음가짐에서 우러러 나오는 것이라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유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