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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의류업체와 유통가는 아직도 구시대적인 인습을 타파하
지 못하고 유명 브랜드라는 허울만을 쫓고 있다.
특히 이들 업계는 유통시장 개방화를 맞아 선진화된 사고를
적극 주창하고 있지만 행동은 정반대 양상이다.
이같은 현상은 백화점 MD개편 때마다 다람쥐 쳇바퀴돌 듯
답습되고 있다.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각 백화점과 전문점의 봄MD개편을 열흘정도 앞두고
브랜드 입점을 둘러싼 바이어와 의류업체간의 눈치전이 치열
하다. 백화점 바이어들은 좋은 브랜드를 찾기 위해 바쁘게
상품회를 다니고 있고 또 의류업체들은 매장내 한자리라도
좋은 자리를 얻기 위해 우수한 상품력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한 것은 백화점 및 전문점 바이어들은 입점
시킬 브랜드가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고 의류업체들은 브랜
드를 넣을 매장이 없다고 한숨을 쉬고 있다.
바이어측은 이제까지 대형사 중심의 기반 때문에 안정적인
브랜드를 선호, 기업파워 및 브랜드 파워가 적은 중소업체
브랜드를 거들떠도 안보고 있다.
신규 브랜드를 런칭하는 한 관계자는 『우리는 브랜드를 성
공시킬 야심에 차있다. 그러나 유통가의 첫대면은 냉담할 뿐
이다.』라며 매뉴펙쳐(MANUFACTURE)와 셀러(SELLER)
와의 갭이 얼마나 큰지 하소연 한다.
이러한 불만에 대해 바이어측은 『불필요한 모험을 강행할
필요가 없다. 어려운 가운데 생존해 가려면 이러한 몸사리기
는 필수 불가결이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반면 이들 브랜드 입점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신생 백화점이
나 대리점과는 어음결제 및 물량공급 등에 있어 중소기업의
몸사리기로 개점 불과 며칠을 앞두고 입점 진행이 이루어지
지 않고 있는 실정이기도 하다.
이는 불황의 여파로 대기업을 비롯한 전문사들이 내실경영을
핑계로 투자 및 확대에 몸을 사리며 유통 확대를 동결시키고
있는 반면 중소기업들은 호기로 반전시켜 유통망 확보에 박
차를 가하고 있는 대립된 양상에서 비롯되고 있다.
또 이러한 양상은 비단 백화점과의 관계뿐 아니라 대리점과
의 분쟁으로도 확산되고 있어 유통가의 자각이 절실히 요구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소비자는 고품질의, 개성을 빛내줄 수 있는 좋은 상품
을 선호하며 브랜드보다는 제품, 상품력을 인정하는 커스토
머(CUSTOMER)의 자질을 높이고 있다.
소비자가 유통가를 리드하며 패션 新시스템을 구축해 가고
있는 이 시대에 기업 파워를 논하며 브랜드의 진로를 짧게
만드는 유통가와의 갈등은 종식시켜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길영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