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패션 행사에 대한 의문
한지패션 행사에 대한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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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도시의 딜레마 취재차 내려간 전주에서 우연히 그곳 시의원들과 자리를 같이 할 기회가 있었다. 그들은 아직까지 돈때(?)가 묻지 않은 그 도시의 골목골목과 마을, 그리고 역사적 전통 문화를 자랑함과 동시에 큰 자본가들이 관심을 갖을 수 있는‘풍요로운 도시 만들기’에 대한 딜레마에 빠져 있었다. 한옥마을, 전통 찻집, 서원, 판소리와 민속공예등 지금은 어디서 찾아볼래야 찾아볼수도 없는 문화유산들이 생활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는 그곳의 구석구석은 외지인들의 눈을 의심케 할 정도이지만, 막상 이 모든 것들을 어떻게 산업자본으로 환산시킬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이르러서는 모두가 알 수없는 표정이 되어버리곤 했다. 이런 모순은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때마침 시기는 전주시민의 축제인 풍남제 기간. 어찌보면 대학 축제마당 같기도 하고, 어찌보면 난장같기도 한 느낌을 주기도 한 골목길 한켠에서 전통 한복쇼와 한지패션쇼, 디자인 경진대회가 식탁위의 꽃처럼 펼쳐졌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기존의 포맷과 별 다를 것이 없는 ‘행사를 위한 행사’였으므로, 사람들에게 별 감흥도 주지못한 채 맥없이 끝나버린 것이 위에 말한 바로 그 아이러니다. 변질된 패션협회 목적 결국, 무슨 의미인지 알겠지만 실감은 나지 않는다는 것. 이것은‘Fashion Korea’를 한껏 외쳤지만, 되돌아 오는‘So What?’에는 답할 수 없다는 것과 꼭같은 이야기로서, 일종의 공허함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의미에서 전주패션협회가 처음 창설되었을 당시를 기억해 본다. 전주시의 모든 돈이 중앙으로 올라가는 것을 안타까워한 한 디자이너의 집념으로 창설된 협회는, 결국, ‘지역디자이너의 육성 발전’이라는 애초의 목표를 포기하고 그지역의 특화산업인 ‘한지의 패션화·산업화’라는 이슈와 타협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은 있지만, ‘전통한지의 장점을 살리고, 패션소재와의 결합을 통해 신소재를 개발해 내고 말 것’이라는 당시 회장의 의지는 마침내 市를 설득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前회장의 노력으로 협회는 이제 막 숨통이 트인 협회에 이전의 프론티어 정신은 어디에고 찾을 수 없다. 오히려, 외부의 관심은 부담스러운 것이 되었으며, 끼리끼리 집안잔치 정도로도 충분하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발전을 위한 이야기 사실, 종이로 옷을 입는다는 ‘페이퍼 룩’이란 이제 영스트리트 패션에서 생소한 용어는 아니다. 한지는, 이른바 호흡하는 소재로, 수의(壽衣)분야에서 활용이 시도되고 있으며, 섬유와의 합성기법이나 직조기에서의 교직방법에 따라 상당한 시장성을 보이고 있는 이 아이템에 발빠른 개발업체들이 가만히 있을 리도 없다. 그럼에도 지역에서 열리는 한지 패션쇼나 디자인 경연대회의 취재가 중요했던 것은 순전히 그곳만의 독특한 예술성에 새로운 기능, 그리고 롱셀러 상품으로서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때문이였다. 그러나 어느 순간, 한지패션의 실용화에 대한 이야기는 온데 간데 없어져 버렸다. 市차원에서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환경적 조건은 전보다 훨씬 나아졌다는데, 움직임은 예전보다 훨씬 위축되어 버린 것. ‘움켜쥐고 내놓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는 협회의 운영정책 때문일까. 애써‘딜레마’라는 해석을 하는 것도 옳지 않은 듯 하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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