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연한 쿼타장사에 진출업체 “만들수록 적자”
채산성 악화로 주문받고도 포기 속출…철수 러시 일어날 듯
지난 12일 미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처(ITA)의 베트남 대미 섬유류수출쿼타(18억달러) 감축발표 직후 현지진출 섬유. 봉제업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 2001년 미국과 베트남 간에 무역협정이 발효되면서 값싼 인건비와 높은 생산성, 그리고 대미(對美)수출 우회기지 효과 등으로 부풀어 올랐던 기대가 사라지고, “만들면 만들수록 적자”라는 현실에 두손 두발을 다 들고 나오는 업체들은 “올 것이 왔다”는 반응.
베트남의 불법원산지 기재 수출, 이른바 환적제품(transfer)에 대한 철퇴라곤 하지만, 업계의 관심은 베트남의 세계무역기구(WTO)가입에 앞서 ‘길들이기’에 나선 미국이 내년도 베트남산 섬유류 수출쿼타배정의 향방에 따라, 업체들의 베트남 대탈출 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만약 미국이 올해 수준으로 쿼타를 동결하거나 이를 삭감할 경우 한국 등 외국업체들은 우선배정 순위에서 제외되는 데다 쿼타 구입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라는 것은 불보듯 뻔하기 때문.
실제로 베트남 성공 신화는 옛말이 되었다.
미국이 작년부터 베트남산 섬유. 봉제류에 대해 쿼타를 적용하면서 시작된 고통의 시간이 시간이 흐를수록 개선 기미는 커녕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것.
특히, 한국투자업체들 대부분이 올해 배정받은 대미수출쿼타를 거의 소진하는 다음달과 7월부터는 아예 주문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베트남에 적용된 미국의 베트남산 섬유. 봉제 쿼타량은 금액 기준으로 18억달러 규모.
진출업체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또 다른 요인은 쿼타 구입비(Quota charge)의 폭등.
여기에 쿼타 배정권을 행사하는 베트남의 관련기관들이 공공연하게 ‘쿼타 장사’를 하고 있는 것도 진출업체들의 어려움의 하나.
베트남에서 생산시설을 운영하는 업체들은 향후 쿼타 배정시 기준이 되는 생산실적을 쌓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비싼 값에 연 가동량의 1∼2개월치에 불과한 쿼타를 구입후, 생산에 착수하고 있는 형편이다.
미국으로부터 주문을 받아 이를 다시 베트남업체에 하청을 주는 CMP업체들의 상황은 훨씬 절박하다.
자체 생산시설을 운영하는 대형사들은 비(非)쿼타 품목 생산이나 시장다변화 등을 통해 단기적이나마 자구책을 마련할 수 있지만, 인력과 자금력이 떨어지는 대다수 CMP업체들은 위험부담이 큰 모험을 감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CMP업체들은 미국 바이어나 에이전트로부터 주문을 받고서도 채산성악화 등을 이유로 포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02년부터 2003년까지 2년 동안 미국시장을 겨냥한 섬유 봉제업체들의 진출은 봇물을 이뤄, 베트남내에의 한국인의 투자는 연속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지금은 인근 방글라 데시나 스리랑카를 향한 대 탈출극이 시작될 조짐이다.
상황 악화로 진출업체들의 철수러시가 이어질 경우 고용불안, 수출실적 저하등 후유증이심각하기 때문에 한국과 베트남 정부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이 기대되고 있다.
/유수연 기자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 한국섬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