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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컬렉션 존폐위기
“저는 이자리를 마지막으로 다시는 이자리에 서지 않
을 것입니다.”
전주 컬렉션이 폐막되고 리셉션장에서 드디어 유춘순
전주패션협회장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그동안의 쌓여있
던 섭섭함을 토로했다.
순간, 전라북도 정읍부지사를 비롯한 지역 인사는 물론,
서울과 광주등의 패션협회임원들이 한자리에 모인 자리
에는 찬물을 끼얹은 듯한 정적이 흘렀다.
패션에 대해 거의 황무지와 같은 이지역에 컬렉션이라
는 코드를 인식시키기 위해서, 관공서과 스폰서를 찾아
다니며 마치 구걸을 하듯 예산을 애원해야 했던 굴욕
감… 그리고 실지 비즈니스에 전념을 하지 못하는 까닭
에 가족들간에 불협화음까지 겪어야 했던 개인적인 아
픔들을 떠올리며 북받혀오르는 설움을 삼키지 못하고
유회장이 드디어 모두의 앞에서 돌연 회장직 사임을 선
언해 버린 것이다.
‘상당히 힘들었을 것’이라는 주위의 동정론은 우세했
지만, 누구도 무엇이 잘못되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수정
해야 하는 것인지 다소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이다.
지역에서 패션 컬렉션을 유치하고 시나 도의 차원에서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받는다는 것은 사실 그들의 입
장에서는 너무나 거리가 먼 이야기이다.
지금까지 한곳에서 양장점과 한복점을 하면서 아무런
생각없이 잘 지내온 사람들에게 새삼스럽게 컬렉션이니
패션산업이니 하는 복잡한 말은 그들 말을 빌리자면
‘인생과 하등의 관계가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선구자가 악역이 돼서야...
흔히 패션 산업을 미래산업이라는 말을 한다.
그러나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해 명쾌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흔치않다.
패션이 21세기형 비즈니스라는 요란한 조명을 받고 있
으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늘 공허한 것은 그에 상응하는
실속이 없기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디자이너의 자존심이 높이 평가 받는 일도 없
는 이시점에서 궂이 패션 산업만에 국한 되는 것은 아
니겠지만, 어떤 산업이 집중적으로 육성되기 위한 조건
이라는 것에 대해서 문외한인 듯한 느낌을 유회장은 내
내 답답했을 것이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차려진 장소에 가서 의례적인
축사를 하고 격려의 말을 하고 환심을 사겠다는 차원에
서 벗어나, 그행사의 목적과 의미 그리고 미래구상까지
철저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의 말대로 정말 극소수
일 뿐일까.
최근 몇몇개의 지역 패션 디자인 경진대회를 취재하면
서 그것이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그늘진 곳에서 빛을
기다리고 있는 재원들의 발굴이든 그들의 사기를 진작
시키고 이를 적극 지원할 수 있는 문화의 인식도가 먼
저 바탕이 되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다가 아니가면...
어려운 시기에 선구자의 역할이 악역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이해도 한다.
그러나 ‘가다가 안가면 아니감만 못한다’는 말이 있
다.
그자리에 참석한 유기재 패션협회 부회장도 ‘바람이
없으면 구름이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한다’는 격려의 말
을 했다.
이런저런 주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유춘순 전주 협회
회장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너무나 공허하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는 허전함을
느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중요한 것은 이런 대회가 단순히 ‘해야
할때 빠지지 않고 한다’는 일과성 의무행사가 아니라,
그 지역이 가야할 방향이 어디인가를 정확히 파악하고
설정하는 지표이고 소명의식이다.
소극적이고 아직은 감을 잡지 못하는 듯한 관과 일부
회원들.
몇명의 지지자들이 없는것은 아니지만, 유춘순 전주협
회 회장이 유독 외롭고 고단하게 비쳐진것도 그런 사명
감 때문일 것이다.
/유수연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