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이 제일모직과 상의 없이 독단적으로 최고급 양복의 판매 촉진 행사를 벌이려다 발각돼 사건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이 지방시·빨질레리·알베로·니나리찌 등 고급 정장 브랜드들이 참가하는 ‘오뜨꾸뛰르(맞춤정장) 출장 서비스’ 행사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제일모직과 일언반구 협의도 없다가 지난 14일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배포하자 기사가 의도되지 않은 방향으로 나감으로서 문제가 불거지며 들통 났다.
현대백화점은 제일모직의 란스미어와 이태리 및 영국의 최고급 원단인 제냐·로로피아나·목슨·홀랜드셔리·찰스클레이턴 등을 이번 출장 서비스 행사에 사용할 계획으로 모든 제품의 가격대를 표시했으나 3000만원으로 최고가인 제일모직 란스미어 한곳만이 집중적으로 부각됐다는 변명이다.
현대백화점 한 관계자는 “원래 여러 상품의 가격을 표시한 것이었으나 최고가인 제일모직 제품의 3000만원이 부각됐다”며 담당자의 실수를 인정한 뒤 “가격이 워낙 고가이다 보니 사회 위화감을 조성할 것 같아 제일모직의 입장이 난처해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일모직측은 “행사에 대한 협의 자체가 없었고 문제가 된 제품이 해외 수출용으로만 나갈 뿐 국내 판매는 안 되고 있다”며 “3000만원이란 가격은 3∼4년 전에 최고 기술의 상징적인 의미로 매겨놓은 것에 불과하다”며 황당해 했다.
문제의 핵심은 어떻게 해서 사건이 커지게 되었는지 과정 여부가 아니라 관습적으로 되풀이 되는 유통업체의 일방적인 횡포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체의 횡포는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며 개선되지 않고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약자인 패션업체들이 싫어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따라 갈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실상을 폭로했다.
한편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은 예정대로 지난 15일부터 오뜨꾸뛰르 출장 서비스 행사를 실시해 맞춤양복을 판매하고 있으며 제일모직도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