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명성 살리려면 2지구 재건축 뜻모아야
옛명성 살리려면 2지구 재건축 뜻모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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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재래시장은 변신중 ② 대구 서문시장

“너도 나도 다 죽겠다 안캅니까.”
‘요즘 경기 어떠세요’라는 물음에 서문시장 내 지하식당가에서 국수를 말아주시던 아주머니는 ‘보면 모르냐’는 눈빛으로 말했다. 아주머니의 말처럼 대구·경북지역 최대 섬유·의류 도소매 시장인 서문시장 상인들 입에서는 너도나도 ‘죽겠다’는 소리가 쏟아졌다.
화재 전 2지구에서 영업을 하다 화재 후 맞은 편 베네시움 건물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한 상인은 “장사 안되는 건물에 들어와 하나둘 망해 나가는거 보면 옛날 생각 참 많이 나지예. 여기서 장사하는 상인들 하나같이 2지구 저 목 좋은 자리에 얼른 건물하나 떡하니 지어 옛날 이웃들 다 들어가 다시 장사했으면 이칸다 아입니까”라며 한숨만 내뱉었다. 현재 2지구 상인들이 일부 입점해 있는 베네시움 건물은 정면에 크게 걸린 홍보 현수막과는 달리 매출 부진으로 3,4층에 입점했던 상인들이 모두 철수 한 상태다. 2층과 3층을 연결하는 에스컬레이터는 물론 3층부터 꺼진 조명은 입 벌린 동굴처럼 시커먼 어둠만이 상인들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었다.


공중분해 된 유동인구

서문시장은 지난 2005년 12월 29일 설 대목을 앞두고 발생한 화재로 큰 피해를 입었다.

2004년 집계 기준 서문시장 전체 점포수가 3900여개 였던 것을 감안하면 순식간에 1000여개의 점포를 없애버린 당시의 화재가 얼마나 큰 참사였는지 짐작이 간다. 그러나 2지구가 대화재로 사라진지 2년이 지났지만 그 자리는 여전히 공터로 남아있었다. 시장상인들의 말대로 서문시장에서 가장 목이 좋았던 그 금싸라기 2지구는 옛날의 영화를 조롱이나 하듯 공터인채 시간만 죽이고 있다.
재건축 공사가 진전이 없는 이유는 2지구 건물이 개인 소유의 건물이었던 탓에 있다. 2지구 상인연합회 관계자는 “새로운 건물을 짓게 되면 당연히 상권이 좋은 점포와 그렇지 않은 곳이 생긴다. 예전 좋은 상권에 있었던 상인들은 그 자리를 유지하고 싶어 하고 그렇지 않았던 상인들은 좋은 상권에서 새롭게 장사를 시작하고 싶어 한다”며 상인들의 이기심을 공사가 늦어진 이유로 지적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상인들이 불경기로 힘들다 하지만 서문시장 상인들이 더 힘들어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점포 1000여개가 모여 있던 2지구는 하루 최소 유동인구만 1만 명에 달했지만 화재는 하루아침에 그들을 앗아갔다. 2지구 상인들은 화재 직후 주차빌딩을 점포로 이용하면서 다른 지구 상인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그러다 시장 앞 베네시움 건물에 80여개 점포, 시장 내 명품프라자 건물에 50여개 점포, 시장에서 멀리 떨어진 구 롯데마트 건물에 800여개 점포로 흩어졌다.
롯데마트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김동현 금창텍스 대표는 “지금은 옛날 2지구에 오던 사람들 4분의 1도 안옵니데이. 그나마 예전부터 거래했던 도매장사로 겨우 풀칠한다 아입니까”라며 “2지구 유동인구가 그냥 공중분해 됐다 카는게 딱 맞는 말이지예”라고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전했다.

상권 ‘부익부 빈익빈’ 심화

현재의 서문시장은 상권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는 것 또한 해결하기 힘든 숙제로 남아있다. 재래시장 현대화 사업으로 각 지구 건물 사이에 아케이드가 설치되고 주차빌딩과의 연결 통로 또한 재정비 되면서 주차빌딩과 바로 연결된 동산상가와 4지구는 핵심 상권으로 부상했다. 동산상가는 이미 버스노선이 확보된 대로변에 위치하고 육교와 바로 연결된 2층 출입구까지 있어 서문시장에서 가장 좋은 상권에 속한다. 여기에 주차빌딩과의 연계까지 더해져 상권의 집중현상을 심화시켰다. 동산상가 입주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상인들의 푸념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이와는 반대로 시장 안쪽에 위치한 명품프라자 건물은 화재 직후 2지구 상인들이 입점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도 마치 어제 내건 듯 건물 입구에 ‘2,3층 2지구 상인 입점’을 알리고 있었다. ‘최근에 입점한 것이냐’는 질문에 상권이 워낙 안 좋아 드나드는 사람이 적어 아직도 홍보가 덜 됐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명품프라자에서 패션시계 도매상을 하는 장현숙씨는 “명품프라자에는 도매도 있지만 의류 쪽은 다 소매라예. 옷 값이 동산상가보다 1·2만원 싼데도 장사는 훨씬 안된다”며 “그나마 우리는 도매상인 거래처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지 이쪽 소매는 다 죽었다 봐야지예. 동산상가 쪽으로는 웃돈을 더 얹어줘도 자리가 안나는데 뭐 우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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