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50여개 백화점 매장을 통해 연간 600여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향토 패션기업이 있습니다. 욕심대로라면 본사를 수도 서울로 옮기고 싶지만 끝까지 향토기업으로 남겠다는 기업입니다. (주)혜공(대표 김우종)이지요.
(주)혜공은 대구의 향토기업으로 김우종패션(KUP)과 도호(DOHO)라는 2개의 브랜드로 매년 두자리 수 이상의 매출신장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가을, (주)혜공은 도호(DOHO)브랜드를 앞세워 글로벌 브랜드로의 도약을 선언한바 있습니다.
국내시장은 더 이상 넓지 않다는 생각에서입니다. 도호는 일본진출을 기점으로 미국, 중국, 이태리시장을 차례로 점령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아마도 일본진출은 연말 또는 내년초경으로 예상됩니다.
이를 위해 지난 3월에 이어 9월1일 도쿄컬렉션에 출품합니다. 도호 브랜드의 호응이 기대이상으로 높아 주최측이 정식으로 초청 해왔기 때문입니다. 도호는 내친김에 디자이너 이름을 앞세운 브랜드로 해외진출을 노리고 있습니다.
‘hyangho-do’가 이번 도쿄 컬렉션 무대에 올릴 브랜드지요. 계획대로라면 2~3년 내 패션 선진시장인 일본, 미국, 이태리등에 상륙, 매출 1000억원시대를 연다는 포부입니다.
그런데 시장님, 문제가 생겼습니다. 향토기업의 글로벌화에 밤잠을 설치는 대구시가 유독 패션기업에겐 왜 이리도 인색합니까.
매출 600억원은 지방 브랜드로선 엄두도 못 낼 금액 아닙니까. 그런데도 대구시는 이 같이 유망하고 대구를 빛낼 기업에게 제대로 된 육성책하나 마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당겨주고 밀어준다면 도호의 글로벌화 속도는 배가 될 터인데 말입니다. 문득 10여년 전 민선 초대시장인 문희갑 전시장님을 단독 면담했을 당시 기억에 남는 말이 생각납니다.
“제발 대구를 대표하는 브랜드 2-3개만 발굴해서 키워 봅시다. 대구시는 무조건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그로부터 10여년이 흘렀습니다. 그런 기업이 나타났지요. 바로 도호입니다. 올 초 대구시는 ‘대구 100대 기업’ 발굴에 나섰지만 도호는 여지없이 외면당하고 말았습니다. 만약 도호가 자력으로 글로벌화에 성공, 세계속의 한국 대표브랜드로 거듭 났을 때 그때 대구시는 어찌하렵니까?
이미 도호는 글로벌화에 나선 국내 대표적 브랜드로 손색이 없습니다. 그런 도호가 또 하나 자랑스러운 게 있지요. 사용하는 섬유소재 80% 이상이 순수 대구산지 직물입니다.
수입 외국산 소재만 고집하는 여타 브랜드와는 소재에서 부터 국산화를 통해 철저히 차별화를 꾀하고 있지요. 도호는 모방할 수 없는 텍스타일 디자인에다 다양한 이(異)소재의 믹서를 통해 외산소재와 맞대응하고 있습니다. 도호만의 자존심이자 대구산지의 자존심 이지요.
그러나 종합 품질로 따진다면 여전히 국산소재가 열세입니다. 염색가공 품질이 열세를 좌우하는 키워드일 겁니다. 도호도 넘지 못할 높은 벽인 셈이지요. 도호가 고군분투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섬유패션도시 대구의 자화상을 어떻게 보고 계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