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의류…기존 절대 과점시장 ‘판도변화’
IMF 10년 짧지않은 시간은 우리 패션 업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 왔는가? 그저 흔히 말하듯 양중심에서 질중심으로, 효과중심에서 효율중심이란 말로만 압축하기엔 실로 그 변화의 폭은 넓고도 깊다. 다소 추상적인 감이 없진 않으나, 경계의 혼재라는 말로 변화를 정의해 본다. 한 가지 유형에 머물지않는 소비자의 구매 경계, 한 카테고리에 제한되지 않는 브
랜드 경계, 특정 공간에 국한되지 않는 유통의 경계, 그리고 더 나아가 하나의 업종영역에 갇혀있지 않은 업태경계 등 그 동안 하나의 폐공간으로 생각되었던 수 많은 경계들이 점점 사라져가도 있다. 이러한 새로운 시장 질서는 이미 우리의 체감 이상으로 진화되어 이제까지의 10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많고 더 깊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 패션산업 부문의 30여개 공개기업들의 2007년 상반기 경영성과를 통해 새롭게 요구되는 패션산업 변화방향의 단초를 짐작해보자.
한 동안 캐주얼 브랜드를 기반으로 전체 패션시장을 주도했던 캐주얼중심 패션기업들이 눈에 띄게 활력을 잃고 있다.
흔히 중저가 브랜드로 통칭되던 이랜드계열 브랜드를 비롯해 나산의 메이폴 등 전반적인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 브랜드의 천적으로 등장하여 단기간에 중저가 시장의 중심으로 자리잡았던 더베이직하우스의 초저가 브랜드 베이직하우스 마저도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어, 한국의 저가 브랜드의 다음 구도는 어디로 수렴될 것인지 그 향배가 주목된다.
이랜드사의 두자리수 이상 큰폭의 수익률 하락은 한마디로 그동안 말로만 무성했던 푸마브랜드의 엄청난 수익력을 짐작하고도 남게한다.
최근 이랜드사가 대체하고 있는 신규브랜드의 빠른 안착 없이는 이러한 난감한 추세를 뒤집기가 그리 수월하지 않을 것이다.
세련된 파이낸싱 등 여러 비즈니스 운용 차원에서 단연 선도적인 더베이직하우스의 경영성과는 외견상 일단 상당히 양호하다. 다만 2분기 들어 더욱 확대된 매출 하락 폭과 더불어 베이직하우스 브랜드의 30%에 이르는 큰 폭의 하락과 20%대에 육박하는 상설유통에서의 매출 구성은 아무래도 볼륨형 저가 브랜드의 추세로는 상당히 부담스러워 보인다.
최근 주인이 바뀐 지엔코의 경우 당장은 엘록의 분전만으로 예전의 규모를 회복하기가 아무래도 벅차 보인다.
외형축소가 수익성과 결코 무관하지 않음을 고려할 때 합나기 지엔코의 경영개선 작업 성과 귀추가 더욱 주목된다.
한편 경영전반 요란하지 않으면서도 성공적으로 새로운 경영체제를 안착시키고 있는 톰보이는 비교적 후한 평가를 받아도 좋겠다. 쉽지않은 안팎의 경영여건에서도 브랜드 재정립이나 경영개선의 노력이 실질 경영성과 지표에서도 이미 확인되고 있어 이후 성과가 더욱 기대된다.
2007년 캐주얼 시장이 체감하고 있는 위기감은 그 동안 우리 시장이 단순한 저가중심 브랜드 볼륨화 전략에만 지나치게 편중되었던 결과가 아닌가 판단된다.
이제 더 이상 글로벌 소싱은 특별한 기량이 아니다. 중국을 배후 생산처로 보편기법이 되어버린 단순 코스트다운 수단만으로 이제 시장을 선도하기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덧붙여 이제까지는 그저 할인점의 PB정도만을 저가 시장의 경쟁자로 짐작했던 안일한 태도는 수정되어야 할 것같다. 매체 판매,인터넷 판매등 비점포형 사이버 유통을 통한 저가시장의 급속한 확대는 그 시장의 규모가 이미 우리의 짐작수준을 헐씬 상회하고 있음을 기존 패션기업들은 냉정하게 인지해야만 할 것이다.
전통적 내의류 전문기업 트라이브랜즈, BYC의 하락세가 좀처럼 반전되지 못하고 있다. 사명 개칭등 적극적인 기업 경영개선 작업에 임하고 있는 트라이브랜즈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영성과 뿐만 아니라 시장 이슈화 및 안착 투입노력에도 당장 알렌테이크의 지표는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내의류 전문기업의 경영지표에 나타난 최근 수년간 외형 축소 폭을 그대로 시장 규모 축소로 이해한다는 건 말이 안될 것이다.
문제는 그간 절대 과점의 내의류 시장 판도에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고, 기존 수요가 어느 루트로 전환되었는가 하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