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창] 성차별보다 높은 외모 지상주의의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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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회가 ‘남자는 밖에서 세차하고 여자는 부엌에서 설거지하는’ 식의 광고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광고나 마케팅에서 여성과 남성이 묘사되는 방식이 시대에 뒤떨어진 성역할 개념의 추방을 어렵게 하고 있다’며 남성과 여성의 전통적 성역할을 강조하는 광고를 중단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찬성 504, 반대 110, 기권 22의 압도적 표차로 승인한 것이다.

과연 선진국다운 면모를 과시하는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사회에 비해 이미 관대할 만큼 열려있는 유럽 사회가 스스로의 목소리로 일상생활 속 미처 의식하지 못한 부분까지 평등을 강조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열린 의식의 유럽 의회도 아름다운 외모 앞에서는 약해지는 것 같다. 같은 날 진행된 ‘지나치게 마른 여성을 모델로 쓰지 말고, 좀 더 현실적인 범위의 체형을 지난 모델을 출연시키도록 촉구’하는 별도 보고서에 대해서는 승인을 거부했으니 말이다.

외모 지상주의는 성차별의 벽 보다 높았다. 모델의 자유의지에 따라 외모를 가꾸고 투자하는 것은 ‘프로(Pro)’다운 모습이지만, 주위의 시선과 평가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면, 아름다움이라는 껍데기의 ‘포로’로 잡아두고 싶은 대중들 이기심의 희생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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